[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보이스피싱 현금 전달책이 범행 과정에서 위조된 사문서를 사용한 경우 이는 ‘범죄수익은닉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피해자들로부터 7695만원을 가로채 보이스피싱 조직에 일당을 받고 넘겨준 A씨의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원심에서 선고한 1년 6개월 형량은 유지했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들에게서 취득한 금액 중 1100만원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소정의 중대범죄인 사문서위조죄와 위조사문서행사죄에 의해 취득한 재산으로서 범죄수익에 해당한다”며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위조문서를 활용해 가로챈 1100만원을 해당 피해자에게 반환해야 한다.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3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금융사 직원 등을 사칭해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였다.
이 같은 수법으로 A씨는 6명의 피해자들에게서 총 7695만원을 건네받아 이를 성명불상자가 지정한 계좌로 송금했다. 그 대가로 1건당 5%의 수당을 받은 A씨는 사기방조,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채권추심업체를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성명불상자에게 속았다며 피해자들에게서 받은 돈이 보이스피싱 관련 피해금액인 것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채권추심업무 일환으로 현금을 수금하거나 배달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1건당 수고비 또는 일당 명목으로 수거한 현금의 5%에 달하는 30만원~78만원에 이르는 돈을 지급받아 취득했데, 이는 수금장소까지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 택시요금 등을 감안하더라도 돈을 받아 계좌에 입금하는 단순한 업무에 비해 과다한 보수로 보이고, 이 같은 일당 지급방식은 통상적이지도 않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저축은행 명의 채무변제 확인서를 위조해 편취한 1100만원을 피해자에게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원심의 형량을 유지했지만 A씨 공소사실에 적시돼 있는 혐의 중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전달책으로서 취득한 돈은 사기 범행으로 인해 생긴 것”이라며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가 그 직접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은 아니다”라고 보았다.
보이스피싱 이미지.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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