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면서 현대자동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울산1공장에 이어 아산공장 휴업을 검토하면서 그랜저, 아이오닉5 등 인기 차종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 노사는 차량용 반도체 재고부족으로 아산공장을 일시 휴업하는 사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사측은 전날 노조에 7~9일 휴업하고 12~15일에는 절반만 가동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번 휴업 검토는 차량시스템 전반을 제어하는 ‘파워 컨트롤 유닛(PCU)’ 부족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차는 울산1공장에 대해 이달 7~14일에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울산3공장도 이달 10일에 특근을 하지 않는다.
아산공장은 그랜저와 쏘나타, 울산1공장은 아이오닉5와 코나, 울산3공장은 아반떼를 생산한다. 특히 그랜저는 지난해 내수에서 14만5463대로 국내판매 1위에 올랐고 올해는 3월까지 2만5861대를 판매해 현대차의 실적을 이끌고 있다.
현대차가 그랜저,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의 일시 휴업을 검토 중이다. 사진/현대차
현대차의 첫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는 지난 2월말 사전계약 첫날 2만3760대를 기록했고 최근 4만대를 넘어섰다. 아이오닉5는 이달 출시를 앞둔 가운데 생산차질이 발생할 경우 고객인도 지연으로 이어질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업체들도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아는 이번달 쏘렌토와 K8을 생산하는 화성공장의 주말 특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K8은 이달 8일 출시 예정이며, 지난달 23일 사전계약 첫날 2만1106대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주말 특근을 하지 않으면서 생산량 축소는 불가피해졌다. 한국지엠도 지난 2월부터 부평2공장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폭스바겐은 1월에 독일 엠덴 공장의 가동을 2주간 멈췄고 2월부터 감산에 돌입했다. 테슬라도 2월22일부터 3월7일까지 미국 프리몬트 공장의 모델3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기아 화성공장이 이달 주말 특근을 하지 않으면서 K8의 생산량 축소는 불가피해졌다. 사진/기아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 조사에 따르면 부품업체 중 72%는 올해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응답했다. 또한 49.1%는 반도체 수급차질 등에 의한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차질로 운영자금 애로가 심화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차랑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NXP와 인피니언의 미국 텍사스 공장은 올해 2월 한파로 인한 대규모 정전, 르네사스 일본 공장은 지난달 화재로 인해 피해복구 및 정상 가동까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올해 3분기까지는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차량용 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아웃사이더라고 평할 만큼 비중이 작았다”면서 “전기차 트렌드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확산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 상당수 자동차 업체가 감산을 하고 있다”면서 “화재 등으로 공급체계가 불투명해지면서 수급난이 당분간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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