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대형 유통업체가 반품조건부로 상품을 외상 매입해 판매하는 방식인 '특약매입'의 불공정거래 발생 빈도가 직매입보다 2배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특약매입과 연관된 불공정 거래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고 납품업계의 안정과 성장을 위해 향후 직매입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진국 KDI 연구위원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대규모유통업의 거래유형 분석과 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같은 내용의 '대규모 유통업의 거래유형 분석과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분석결과를 보면 특약매입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 발생 빈도는 1000억원당 4.24건으로 나타났다. 직매입이 1000억원당 2.1건, 매장임대차는 1.9건, 위수탁은 1.2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약매입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가 다른 유형에 비해 적게는 2배, 많게는 3.5배 더 많이 발생한 것이다.
활용정도를 보면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간 거래의 47%가 직매입으로이루어졌고 이어서 특약매입(21%), 위수탁(18%), 매장임대차(14%) 순으로 나타났다. 5개 유형의 20% 이상이 특약매입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특약매입은 유통업자가 제품을 외상으로 매입하고 판매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공제한 뒤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서류상 매입절차가 존재해 직매입의 형태를 보이지만 판매활동에 납품업자 종업원이 개입하고, 사후 팔리지 않은 상품의 반품도 가능하다.
이에 주로 백화점과 아울렛 등에서 볼 수 있는 거래 형태다. 생식품·신선식품, 가공식품, 사무용품, 위생용품 등 필수소비재와 달리 유아용품과 화장품, 의류·액세서리 등 소비자 응대 서비스가 중요하고 수요변동성이 높으며 소품종·소량 판매되는 품목일수록 특약매입의 비중이 높은 것이다.
이진국 KDI 연구위원은 "납품업체보다 유통기업의 협상력이 우위에 있을 수록 재고부담을 낮추려는 유통업자들이 직매입을 회피하고 특약매입을 선호하게 된다"며 "공정위는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사·적발할 때 거래유형과의 연관성을 더욱 염두에 둬야한다"고 말했다. 특약매입에서 불거진 불이익제공행위의 주된 유형이 계약조건 변경임을 고려해 '계약변경의 부당성'도 중요한 기준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KDI는 특약매입과 연관된 불공정거래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고 납품업계의 안정과 성장을 위해 향후 직매입을 확대하는 정책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제언이다. 다만 정책적으로 특정 거래유형이 선택되도록 개입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진국 연구위원은 "여러 요인의 영향 관계를 살피지 않을 경우 시장생태계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만큼, 직매입 유도는 납품업자의 협상력 제고를 통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유통업계 스스로도 급변하는 시장환경을 맞이해 혁신의 노력을 배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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