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놓고 한국은행이 ‘명백한 빅브라더(Big Brother·정보 독점의 사회 통제 권력)법’이라며 관련 조항에 대한 삭제 입장을 거듭 드러냈다.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구축한 지급결제시스템이 소비자 감시에 동원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은은 17일 전금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금융위원회가 금융결제원에 수집된 빅테크 거래정보에 대해 별다른 제한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백한 빅브라더법"이라고 밝혔다.
빅브라더는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나온 용어로 사회 곳곳을 들여다보고 통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금융위가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추진하는 전금법 개정안은 빅테크 업체들이 고객의 모든 전자지급거래 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돼 있다. 그러면서도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금융실명제법 제4조, 개인신용정보 이용 제한 제33조, 개인정보보호법 제 18조 등 관련 법률 적용은 면제다.
개정안대로라면 금융위는 금융결제원에 수집된 빅테크 거래정보를 별다른 제한없이 접근할 수 있다. 빅테크 업체가 고객의 모든 거래정보를 의무 제공하지 않는 등 위반할 경우 수익의 50% 이내에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한은은 "금융위는 빅테크업체 거래정보 수집의 이유로 이용자 보호와 거래 투명화를 들고 있지만, 이는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가정에 CCTV를 설치해 놓고 지켜보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강조했다.
학계와 법무법인 등에서도 금융위의 전금법 개정안이 빅브라더 논란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양기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빅테크 업체가 제공하는 정보에 내부거래까지 포함되면 청산기관에 과도하게 개인정보가 쏠리게 되면서 정보남용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한은이 법무법인 통해 실시한 법률 검토에서도 전금법 개정안에 대한 빅브라더 이슈가 지적됐다. 청산기관이 보유하는 내부거래 정보를 금융위가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빅브라더 이슈를 피하기 어렵다는 내용이다.
한은 측은 지급결제시스템을 중앙은행이 운영,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급결제시스템은 경제주체들의 채권·채무 관계를 해소하는 등 원활한 경제활동을 뒷받침해주는 금융시스템의 근간이고, 무엇보다 안전성이 중요하다"며 "대부분 국가에서 독점적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이 운영,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17일 전금법 개정안은 빅브라더법이라고 반대의견을 냈다. 사진은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 모습. 사진/한국은행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