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400km걸어 청와대 앞 도착 "포기하지도 쓰러지지도 않겠다"
부산-서울 34일간 도보행진…'노동운동 동지' 문재인 대통령 면담 요구도
2021-02-07 17:10:17 2021-02-07 17:10:17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7일 "앞으로 얼마나 먼 길을 가야 할지 모르지만 포기하지도 쓰러지지도 않겠다"고 '노동존중 사회'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김 지도위원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왜 오늘날에도 노동자들이 무더기로 잘리고 죽어가며 싸움을 멈추지 못하는지, 그 대답을 듣고 싶어 천리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1986년 이후 36년째 해고자 신분인 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복직을 촉구하며 만 60세 정년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30일 부산을 출발해 도보로 34일간 400km을 걸어 청와대 앞에 도착했다. 암 투병 중이지만 항암 치료도 중단한 상태다. 
 
김 지도위원은 한때 노동운동 동지였던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청와대의 공식 반응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도위원은 "문 대통령의 눈빛을 다시 보고 싶다. 1991년도 박창수 위원장의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라고 거리에서 함께 투쟁했던 그 눈빛이 맞는지"라며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다. 저에게 끝까지, 승리할 때까지 투쟁하라고, 복직할 때까지 투쟁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전 언제까지 투쟁을 해야 하는지"라고 면담 신청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김 지도위원은 문 대통령과의 면담 대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자신의 명예회복과 복직을 촉구하며 48일째 단식 중인 농성자들을 만나 포옹을 하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단식 농성자들은 이날부로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한편 김 지도위원은 1981년 한진중공업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한국 최초 여성 용접공으로 입사했다. 그러나 1986년 열악한 노동환경과 당시 노동조합 집행부의 어용성을 비판하는 홍보물을 제작·배포했다가 부산 경찰국 대공분실에 연행돼 고문을 당했다.
 
사측은 이 기간을 '무단결근'으로 보고 김 지도위원을 해고했다. 이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2009년과 2020년 이 해고가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것임을 밝히고 회사에 복직을 권고했지만 사측은 응하지 않고 있다.
 
사측은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인정하면 임금과 퇴직금 등의 비용이 들어가 '경영진의 배임' 가능성이 있다며 복직이 아닌 재입사를 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노조는 국가기관이 '국가폭력에 의한 부당해고'를 확인해줬는데도 사측이 복직을 외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즉각 복직과 명예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복직을 촉구하며 지난해 12월30일 부산을 출발해 청와대까지 희망 뚜벅이 행진을 한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응급실로 향하는 단식농성 노동자들을 배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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