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기증한 악기, ‘고치고 닦아’ 필요한 취약계층 전달
낙원악기상가 장인 수리·소독, 예년보다 기증 62% 증가, 예술인 배달 참여
2021-02-02 15:09:26 2021-02-02 15:09:26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시민들이 사용하지 않는 악기들이 재생해 코로나19로 지친 아동·어르신 등 취약계층에 전달됐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악기 기증·나눔 캠페인을 진행해 악기 총 26종 1113점을 기증받았다.
 
이 악기들은 낙원악기상가 장인들의 수리를 거쳐 최근 취약계층 학생 및 아동·어르신 이용 복지시설 등 89곳에 895점을 전달했다.
 
2019년부터 시작한 악기 기증·나눔 캠페인은 시민 누구나 악기를 배우고 즐길 수 있는 1시민 1악기 생활음악의 일환이다.
 
올해 캠페인은 코로나19 장기화로 2019년 65점 기증에 비해 428점, 62% 증가하면서 어려운 상황에도 나눔과 공유에 동참했다.
 
악기를 기증한 70대 여성은 “남편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남겨진 기타들이 남편의 모습 같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며 “남편의 기타가 의미 있게 쓰였으면 해서 기증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9년 악기를 받은 한 어린이는 악기 나눔을 계기로 처음으로 첼로를 갖게 돼 이후 도쿄올림픽 기념으로 구성된 150명의 다국적 어린이 오케스트라에 한국 어린이 대표 4명 중 1명으로 선발되는 등 훈훈한 사연도 이어졌다.
 
기증 받은 악기는 낙원악기상가 내 장인의 도움을 받아 저렴한 비용으로 수리·조율의 과정을 거쳤으며,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모든 악기에 철저한 소독과 건조를 실시했다.
 
서울시는 수요조사를 통해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악기를 우선 전달하고, 서울시 교육청·아름다운 가게와 함께 배분위원회를 구성해 지역별로 수혜처를 배분하는 등 악기가 필요한 시민들에게 공평하게 악기를 전달했다.
 
고가의 악기를 구입할 수 없어 수업시간에만 악기를 대여해 연주하던 꿈의 오케스트라와 세종 우리동네 서대문구 오케스트라 학생들 27명에게 바이올린, 첼로, 통기타 27점을 전달했다. 아시아 최초 민영 교도소인 소망교도소에도 기타 10대와 바이올린 15대가 평소 2인 1조로 악기를 이용해야만 했던 재소자들에게 전달됐다.
 
악기 전달과정에는 코로나19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들이 기증자와 수혜자의 마음을 이어주는 ‘희망 악기 배달부’로 고용해 악기를 배달했다. 영화배우 이정도는 “주차장, 택배물류창고, 결혼식 사회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답답한 현실이지만, 이번에 악기를 배달하며 만난 사람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면서 자부심을 느꼈다”고 전했다.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은 기증 받은 악기로 연습하여 실력을 쌓은 시민들의 동아리 연주회부터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콘서트까지 다채로운 후속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단순히 악기를 기증 받아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기증받은 악기로 시민들이 음악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나간다.
 
지난해 12월14일 해송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악기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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