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구체적 성추행 피해 사실' 밝히지 않는 이유는
배복주 부대표, SNS에 답변서…"불필요한 논란, 사건 본질 흐려"
2021-01-26 09:31:10 2021-01-26 09:38:35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을 맡고 있는 배복주 부대표가 26일 김종철 전 대표의 동료 국회의원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 피해 사실과 음주 여부 등을 밝히지 않은 배경에 대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고 밝혔다.
 
젠더인권본부장으로서 이번 사건을 직접 조사한 배 부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의 글을 올려 사건의 진상을 발표하게 된 경위를 소개했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가 25일 정호진 대변인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대표단회의 결정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 부대표는 우선 성추행 피해 사실을 비공개로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성폭력 사건에서 늘 발생하는 2차피해에 대한 우려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조사도중에 사건의 내용이 유출되었을때 피해자 입장이 왜곡되어 온전하게 전달되지 못하게 될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며 "최대한 피해자의 의사와 요구를 존중하고 가해자는 인정, 사과, 책임에 대해 해결방안을 제시해서 이에 대한 이행을 약속하는 협의를 이끌어내는 소통의 과정을 안전하게 갖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피해 사실에 대해서는 성추행이었다고 밝혔다. 배 부대표는 "이는 가해자가 명백하게 인정한 것이고, 구체적 행위를 밝히지 않는 것은 행위 경중을 따지며 '그정도야' '그정도로 뭘그래'라며 성추행에 대한 판단을 개인이 가진 통념에 기반해서 해버린다"며 "이 또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배 부대표는 김 대표의 당시 음주 여부에 대해 다시 한 번 "이 사건은 성추행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음주 여부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는데 고려되는 요소가 아니다"라며 "피해자가 술을 마셨으면 왜 술자리에 갔냐고 추궁하고 술을 안마셨으면 왜 맨정신에 당하냐고 한다. 가해자가 술을 마셨으면 술김에 실수라고 가해행위를 축소시키고 술을 안마셨으면 피해자를 좋아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가해자를 옹호한다. 그러니 음주는 이 사건과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실명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피해자는 자신의 일상회복을 위해 자신에게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 부대표는 "저는 피해자가 선택을 할 때 고려할 정보를 제공했다"며 "피해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와 주어진 정보를 고려해 선택하고 결정했다. 피해자가 결정한 의사를 존중하고 그에 따라서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 부대표는 경찰에 고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피해자는 문제를 해결할 때, 자신이 원하는 해결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며 "피해자의 결정은 정의당 차원에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고 징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론 성폭력 범죄는 비친고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경찰 인지수사가 가능하고 제3자 고발도 가능하다"며 "하지만 피해자가 자신이 원하는 해결방식을 명확하게 밝혔다면 그 의사에 반해 수사를 하는 것이 과연 피해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향후 징계 절차에 대해서는 "오늘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했으니 그 절차를 밟아 징계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배 부대표는 "징계를 결정할 때 당대표라는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 양정이 결정될 것이라는 점은 생각해볼 수 있겠다"라며 "중앙당기위원회는 독립적 기구로 대표단이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배 부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해 "단순하게 개인의 일탈 행위로만 규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 조직원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으로 인해 일상적으로 성차별·성폭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함께 일하고 활동하는 사람을 동료가 아닌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일상적으로 있는 공간이 얼마나 평등하고 안전한지, 조직적인 노력이나 시스템은 얼마 갖추고 있는지 등 이런 것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일련의 노력과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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