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생 "유출문제 전원만점은 불공정" 헌법소원
"시험 무효화·응시자 대표 포함된 대책위 마련"요구
2021-01-25 16:38:54 2021-01-26 07:30:31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변호사시험 응시생들이 25일 법무부의 미숙한 시험 관리에 대한 헌법소원과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조 문턱 낮추기 실천연대(법실련)와 제10회 변호사시험 진상규명을 위한 응시자 모임(응시자 모임)은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해 법무부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실련은 변호사시험 전원 만점처리와 법전 밑줄긋기 무효 확인을 구하는 행정심판과 집행정지,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관리위)의 유출 문제 전원 만점 처리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무부에는 이번 시험에 대한 대책 마련 요구와 국가배상청구 예고를 담은 내용증명을 보냈다.
 
소송에 참여한 응시생 규모는 10명이다. 법실련은 이날 헌법소원을 기점으로 소송 참여 인원을 늘려갈 방침이다.
 
법실련과 응시자 모임은 "현재까지 밝혀진 부정과 밝혀지지 않은 모든 부정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이번 사태의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수험생을 포함하는 대책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요구한다"며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법제화하고, 당장 10회 변호사시험부터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응시생 전원의 응시 횟수 미차감도 요구했다.
 
소송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득인 응시생과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점에 대해서는 "(유출 문제를) 없던 것으로 치겠다는 관리위 의결 효력을 없앤 다음에야 다른 수험생의 불이익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직장암과 뇌경색, 천식 등 기저질환을 이유로 별도 시험장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했다는 '5시생' A씨 성명서가 소개됐다. 그는 법실련 회원 한재원 씨가 대신 읽은 성명서를 통해 "법무부에 전화를 해 보니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해 시험을 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가 직접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확진자는 별도의 장소에서 격리되므로 결국 간접적으로 응시 못하는 것'이라는 교묘한 변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험 전날인) 4일 오전, 극심한 심신의 고통과 장기간의 불면, 그리고 재발한 기침과 천식에 결국 시험 전날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갈 수밖에 없었다"며 "혹시라도 양성 결과가 있으면 마지막 시험을 못 볼 수 있고 검사를 거부하면 진료와 치료를 못 받는 기로에 서게 됐다. 결국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날 저녁 헌법재판소는 코로나 확진자 응시 제한 효력을 정지했다. 이에 법무부는 수험생들에게 확진자와 자가격리자, 고위험자 전원 응시 가능 방침을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
 
A씨는 이에 대해 "시험이 처음 계획된 일정대로 강행되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정된 그 순간까지도 고위험자나 숨겨졌을 수도 있는 코로나 감염자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이들은 시험에 출제된 행정법 기록형 문제와 같은 내용을 로스쿨 모의고사에 출제한 연세대 교수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고발했다. 시험 관리 의무가 있는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는 직무유기죄 등으로 고발했다.
 
두 단체는 코로나19에 대한 법무부의 미숙한 대응과 시험문제 유출, 시험용 법전 관리 부실 등을 지적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9회동안 변시에서 개인용 법전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다. 각 시험이 끝날 때마다 수거한 뒤 무작위로 다시 배포해 부정행위를 막아왔다. 하지만 코로나 대책으로 개인 사용 방침을 정했고, 시험 첫 이틀동안 밑줄치기가 허용된 고사장이 생겨났다. 이에 수험생들이 항의하자 법무부는 시험 도중인 지난 7일 밑줄긋기 허용을 공지했다. 응시생들은 중요 공지를 시험 5일 전에 해야 한다는 현행법을 법무부가 위반했다고 지적한다.
 
법무부는 밑줄긋기 안내가 준수사항일 뿐 부정행위는 아니라는 입장을 냈지만, 응시생들은 준수사항 위반자 답안이 0점 처리되거나 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된다고 반박한다.
 
이들은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가 논란이 된 행정법 기록형 문제를 전원 만점 처리한 점도 문제삼는다. 행정법 기록형 문제는 헌법 기록형 문제와 함께 공법형 시험으로 묶여 2시간 동안 치러졌다. 두 문제는 각 50점짜리다. 유출된 행정법 문제를 단시간에 푼 뒤 헌법 문제에 많은 시간을 쓴 학생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둘 다 백지로 제출한 학생이 한 문제 만점으로 과락을 면하거나 합격하는 결과도 예상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제10회 변호사시험 응시생과 볍조문턱 낮추기 실천연대 회원들이 25일 오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변호사시험 문제 전원 만점처리 헌법소원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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