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문화 탈피하는 금융사)②순혈주의 벗고 새 인물 채우기
전 업무 영역서 외부인재 모시기…빅테크 경쟁·소비자보호 확대 보조 맞춰
2021-01-26 06:00:00 2021-01-26 06:00:00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디지털에만 한정했던 금융권의 외부 전문가 모시기는 최근 들어 전략 기획에서부터 금융소비자 보호, 브랜드 홍보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비대면 강화 등 영업채널 대응 전략 이상의 변화가 요구되자 보수적인 문화를 깨고 조직 유연성을 확대하려는 기류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사들은 최근 정기인사에서 업무 다방면에 걸친 외부전문가를 임원으로 조직문화 개선을 시도했다. 먼저 KB금융그룹(KB금융(105560)은 조영서 전 신한DS 부사장을 경영연구소장(전무) 겸 국민은행 신설조직 DT(디지털 전환)전략본부장에 선임했다. 외부인사인 동시에 경쟁사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055550) 출신의 인물을 깜짝 발탁했다.
 
조 전무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사무관으로 근무하다가 맥킨지컨설팅 부파트너, 베인앤드컴퍼니 금융플랙티스 대표를 역임했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官)과의 탄탄한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빅테크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는 금융위원회 '디지털금융협의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전략 관련 외부인사 영입에는 지난 2018년 신한금융이 금융권 디지털마케팅 전문 컨설턴트 출신인 이성용 전 베인앤컴퍼니 한국 대표를 미래전략연구소 대표에 선임한 사례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월부터 신한DS 대표이사와 그룹 최고디지털책임자(CDO·부사장)를 맡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전담 조직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신설했다. 신설 그룹장(상무)에는 이인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시니어 변호사를 임명했다. 이 본부장은 SC제일은행 리테일금융 법무국 이사 등을 거친 데다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과 법무실도 경험했다. 기업은행은 정기인사에 지난해 11월, 첫 본부장급 외부인사 영입해 조민정 전 현대카드 브랜드 담당 상무를 홍보·브랜드 본부장으로 발탁했다.
 
순혈주의 문화가 강한 만큼 그간 금융권의 외부인사 영입은 사외이사·준법감시인·상근감사 등 직책에 한정됐다. 규제산업 특성상 정부 관료나 금융감독원 출신의 인물들을 발탁해 대관업무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명목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때마다 부분검사, 종합검사 등을 실시하기에 감사 관련은 규정에 익숙한 외부 인물들이 선호됐다"면서도 "최근에는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업무 분야가 확대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는 빅테크 기업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앞두고 조직에 유연성을 확대하려는 분위기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어떤 조직보다 능력 있는 인물을 신입 공채를 통해 선발하고 있는 만큼 큰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심감이 있다.
 
금융권 조직 변화는 새 트랜드인 소비자보호·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확대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미 금융권에선 디지털 관련 부분은 외부 전문가 선임이 상수로 자리한다. 반면 올해 금융소비자 보호법 시행에 따라 달라진 영업 규제에 빠르게 적응할 필요가 생겼다. 비예금상품 판매 본격화에 앞서사모펀드 사태에서 지목됐던 조직의 관성적인 영업 관행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크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소비자보호 업무는 상품 개발과 판매에 이르는 프로세스를 더디게 하는 직무"라면서 "소위 영업에 태클을 거는 직책을 크게 반기지 않는 내부 분위기도 일부 반영됐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또한 코로나19로 해외연기금, 기관투자자들이 금융사의 ESG경영 준수 여부를 강하게 살피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은행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홍보브랜드그룹을 '브랜드ESG그룹'으로 개편하는 등 금융권 전반에 걸쳐 조직쇄신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조영서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장, 이성용 신한DS 대표, 이인영 하나은행 소비자리스크 관리 그룹장, 조민정 기업은행 홍보?브랜드 본부장. 사진/각사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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