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코로나19로 우리 모두가 맞닥뜨린 좌절과 공포를 돌아봤습니다. 기술 뿐 아니라 대대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위로와 감정의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타블로)
그룹 에픽하이가 정규 10집 ‘Epik High Is Here 上’으로 돌아왔다. 2019년 EP ‘Sleepless in ’이후 1년 만의 신보이자, 정규작으로는 2017년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코로나19 상황은 이들의 음악 활동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
18일 온라인 유튜브 생중계로 연 정규 10집 ‘Epik High Is Here 上’기자간담회. 타블로는 "어느 해보다 더 추운 겨울이 될 것이라 생각해 따스함(‘내 얘기 같아’)과 뜨거움(‘로사리오’)을 줄 수 있는 음악들을 더블 타이틀 곡으로 내걸었다"며 "지난 1년 간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곡이라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18일 정규 10집 ‘Epik High Is Here 上’를 낸 에픽하이 멤버 중 타블로의 모습. 사진/아워즈
첫 타이틀곡 ‘ROSARIO (로사리오)(Feat. CL, 지코)’는 타인의 불행과 실패를 바라는 잘못된 자들을 향해 날리는 일침이다. 용기를 잃은 현시대 사람들을 대변해 ‘나는 살아있는 전설이고 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외친다. 씨엘과 지코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다른 타이틀곡 ‘내 얘기 같아 (Feat. 헤이즈)’는 슬픈 드라마·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이야기 같다고 느끼는 이들을 위한 테마곡이다. 기존 힙합곡의 틀을 벗어나, 영화나 애니메이션 OST에서나 들을 수 있는 클래식 음악으로, 헤이즈와 호흡했다.
18일 정규 10집 ‘Epik High Is Here 上’를 낸 에픽하이가 유튜브 비대면 온라인 생중계에 앞서 사진 촬영한 모습. 사진/아워즈
이 외에도 앨범에는‘LEICA (라이카)(Feat. 김사월)’를 비롯 ‘정당방위 (Feat. 우원재, 넉살, 창모)’, ‘TRUE CRIME (트루 크라임)(Feat. Miso)’, ‘SOCIAL DISTANCE 16 (소셜 디스턴스 16)’, ‘END OF THE WORLD (엔드 오브 더 월드)(Feat. GSoul)’, ‘WISH YOU WERE (위시 유 워)’까지 총 10개 트랙이 실렸다.
미쓰라는 ‘LEICA (라이카)(Feat. 김사월)’를 추천하며 "지금의 세상은 볼 것도 들을 것도 담을 것도 많지만 정작 나중에 내가 추억할 수 있는 것들, 이를 테면 대화 눈빛 같은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할 수 있는 곡"이라며 "무기력했던 지난해를 잊고 따뜻한 추억을 떠올려 보시면 좋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타블로는 앨범 중 ‘정당방위 (Feat. 우원재, 넉살, 창모)’를 꼽으며 "집에만 있고 뜻대로 안되는 게 많을 때, 이 노래가 모든 분들 대신해서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듯한 느낌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신보는 총 2CD로 기획됐다. ‘Epik High Is Here (에픽하이가 여기에 있다)’라는 타이틀은 지난 17년 간 산전수전을 겪은 음악 세월의 은유다. ‘上’에는 총 10곡이 수록됐으며‘下’버전은 올해 안에 나올 계획이다.
18일 정규 10집 ‘Epik High Is Here 上’를 낸 에픽하이 멤버 중 미쓰라의 모습. 사진/아워즈
에픽하이 음악의 본질은 주로 위로와 공감이다. 2019년 EP 'Sleepless in ' 방표 당시에는 타블로의 불면증을 기반으로 쓴 곡들로 채웠다. 신보에도‘이 세상에 날 이해할 사람은 없다’라 느끼는 이들을 향한 위로를 말한다.
이날 미쓰라는 최근 공황 장애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이번 신보에도 작업 도중 갑작스레 스튜디오를 뛰쳐나가거나 하는 등의 내면 심경도 가사로 풀었다.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좌절감, 인간관계의 어려움, 최선의 결과를 다해야하는 부담감. 이런 복합적 요인들로 공황장애가 왔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처한 분들께 위로가 될 수 있는 음악이었으면 합니다."(미쓰라)
매 앨범 마다 다양한 아티스트가 피처링에 참여하는 것과 관련 그룹은 "협업 상대를 선택할 때는 노래를 완성으로 데려가 줄 분들을 고민한다"며 "곡의 완성도와 그 정서에 가장 맞는 뮤지션을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 앨범 작업 시 완벽주의와 관련해선 "멤버 누구 하나 예스맨 없다"며 "작업 때 만큼은 서로가 칼같이 대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최선의 결과물로 전달되지 않나 싶다"고 했다.
그룹은 지난 2018년 YG엔터테인먼트를 나온 뒤 독립 레이블 '아워즈'를 차린 후 해외 활동범위를 늘려오고 있다. 이듬 해인 2019년 독일부터 핀란드, 네덜란드 등 유럽을 시작으로 시카고, 토론토, 뉴욕, 벤쿠버 등 북미, 홍콩과 대만, 호주 등을 도는 월드투어를 진행했었다.
18일 정규 10집 ‘Epik High Is Here 上’를 낸 에픽하이. 사진/아워즈
지난해에는 한국 최초로 코첼라에 재초청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로 행사가 10월로 한차례 연기되고 이후 취소되는 사태를 맞았다.
올해 코첼라는 공식 일정을 4월9~18일로 확정해둔 상태다. 세 번째 초청은 아직 확정된 바는 없지만 그룹은 "코첼라 리스케줄을 기대하기 보다는 코로나19가 하루 빨리 안정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2020년 전으로 하루 빨리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7년의 세월을 지나온 소감에 대해서는 "함께 성장 중인 팬들을 볼 때 마음이 짠하고 기쁘다"고 전했다.
"에픽하이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한 초등학생 팬이 한살 한살 나이 들어가면서 얘기해주는 것을 들을 때입니다. 어느날 중학교에 갔다고 했다가, 또 시간이 지나면 대학교 졸업햇다 하시고... 다시 또 취업과 결혼 얘기를 하시면 마음이 짠해지고 기쁘거든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10~20대부터 이제 40대, 앞으로 50에서 60대까지 가는 동안, 우리의 음악이 위로나 공감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