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번 사건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왔던 삼성 최고경영진이 가담했던 뇌물범죄의 연장선상입니다. 우리나라 최고 기업이자 자랑스러운 글로벌 혁신기업 삼성이 이같이 정치권력이 바뀔 때마다 범죄에 연루된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국정농단 뇌물'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8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양형이유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선고는 파기환송심 판결로, 사실상 법원의 종국적 판단인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양형과 관련한 유리한 정상에 대해 △초범인 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먼저 뇌물을 요구한 점 △파기환송 전 원심 재판 과정에서 이미 업무상 횡령 피해액이 전부 회복된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불리한 정상관계는 이 보다 더 많고 위중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묵시적이긴 했지만 경영승계작업을 돕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무려 86억8000여만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자금을 횡령해 뇌물로 제공했고 허위 용역 계약 체결 등의 방법으로 범행을 은폐했을 뿐만 아니라 국회 국정조사에서 위증했다"고 질타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범행 당시에도 준법지원인 등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범행을 막지 못했다"면서 "당시 운영 중이던 준법감시제도가 하급직원 뿐만 아니라 기업총수와 최고경영자들도 대상으로 해 실효적으로 작동되고 있었다면 범죄는 방지됐을 것이고 피고인들도 이 법정에 서는 일이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이날 판결문을 낭독한 정준영 재판장은 "이 부회장도 최후진술에서 '지금 같으면 결단코 그렇게 대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회했다"면서 이 부회장의 과오를 상기시키면서 "이런 모든 사정을 감안하면 피고인 이재용에 대해서는 실형선고 및 법정구속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만, "유리한 정상과 함께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이 요구하는 뇌물을 거절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었던 점 등을 참작하면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양형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다소 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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