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묵은 짐 '수신료 현실화'에 엇갈리는 시선
KBS, 이달 중 수신료 인상안 이사회 상정…EBS·MBC도 고민
방통위 신중론…국민 여론 지지 여부 관건
2021-01-17 07:00:00 2021-01-17 07:00:00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급변하는 방송 시장에서 지상파의 경쟁력 제고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공영방송사들이 수신료 인상을 본격 추진한다. 40여년 간 동결된 수신료의 '현실화'를 목표를 내걸었다. 다만 수신료 인상의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7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KBS는 이달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정기이사회에서 수신료 현실화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KBS는 지난해 7월 공영성 강화 프로젝트팀을 설치해 공적 책무 강화 방안과 필요 수신료 산정 등을 수립했고 이 내용을 본래 지난달 이사회에 상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를 이달 이사회로 미룬 상황이다. 양승동 KBS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수신료 현실화는 숙원이자 가야만 하는 길"이라며 "외부 여건이 험난하지만 KBS가 이 과정을 거쳐 가야만 질적으로 큰 변화와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참석한 양승동 KBS 사장(사진 왼쪽)과 김명중 EBS 사장.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현재 수신료는 2500원으로 1981년 이후 40년째 동결인 상태다. 공영방송 사업자들은 공적 책임 수행과 콘텐츠 고도화를 내걸고 수신료 정상화, 현실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KBS는 2500원 수신료를 약 4000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500원 수신료 중 70원을 배분받는 EBS도 지난해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EBS 수신료 배분율 인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MBC 역시 지난해 수신료 배분을 요구하며 사업자끼리 의견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 역할 강화를 위해 수신료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를 수신료 인상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아닌 수신료 산정과 사용의 합리·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 중이다. 그 방안으로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해 방송, 경영, 회계 등 전문가 중심의 수신료위원회 설치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근본적으로 재원구조 문제에 대해 고민할 시기가 됐다. 곧바로 수신료 인상과 연결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재원 구조개편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수신료 문제는 방통위나 정부 차원에서 인상하겠다, 안 하겠다 등 논의를 진행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이 지난 6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방통위
 
실제 수신료 인상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이 시행되려면 이에 대한 국민 지지 여론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우호적이진 않다. 방송시장 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허용하는 지상파 중간광고에 대해서도 비판 여론이 뒤따르고 있다. 지상파 중간광고가 1973년 방송법 개정 이후 48년 만에 허용된 것인데, 시청권 침해와 레거시 미디어 생존 문제 사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적 동의 없는 KBS 수신료 인상은 안 된다"며 "코로나19 위기로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KBS 수신료 인상 건은 국민을 타자화하고, 국민의 방송임을 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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