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겨울철 매서운 한파에 영하 10도 안팎까지 기온이 뚝 떨어지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겨울철 방한을 위해 두껍고 부피가 큰 외투를 걸치고 이동하다 보면 불편한 점이 많아 얇고 가벼운 옷차림에도 땀이 나는 여름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혹독한 추위에도 손발에 나는 땀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땀이라고 하면 기온이 높은 여름철을 떠올리지만, '다한증'은 계절에 상관없이 필요 이상으로 땀을 줄줄 흘리는 질환이다.
다한증이 아닌 이들은 '땀이 나면 닦으면 되지'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만, 겨울철 다한증은 끈적이는 땀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그 땀이 춥고 건조한 공기에 마르면서 손발이 급격히 차가워지기 때문에 꽁꽁 어는 듯 한 느낌까지 견뎌내야 해 더욱 괴로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윤강준 강남베드로병원 대표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기온이 높을 때 적당히 땀이 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계절과 온도에 상관없이 땀이 나는 것은 질환"이라며 "겨울철 다한증은 땀이 마를 때 체온이 떨어지다 보니 수족냉증, 동상, 피부염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들에 따르면 실제로 겨울이면 어그부츠, 방한화 등 땀 배출이 어려운 신발을 많이 신는 탓에 다한증 증상을 더 심하게 느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다한증은 땀에서 시작해 땀으로 끝나지 않기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한 대학병원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 자료를 근거로 다한증 환자가 일반인에 비해 심뇌혈관 질환 위험도가 크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에 따르면 다한증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뇌졸중 1.24배, 허혈성심장질환 1.16배, 기타 심장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1.22배 높은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것은 다한증 치료를 위해 '교감신경절제술'을 받을 경우 심뇌혈관 질환 위험도가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윤강준 원장은 "보통 다한증 환자는 교감신경 항진 및 자율신경계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라며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커지는데, 교감신경절제술로 교감신경 항진을 조절하면 다한증뿐만 아니라 심뇌혈관질환 위험까지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교감신경절제술은 흉강내시경을 활용해 시상하부에 열 손실 신호를 전달하는 교감신경 일부를 절제하는 것으로, 땀 배출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다한증의 부위에 따라 절제하는 교감신경 위치가 다르며, 지속 시간도 영구적이다.
특히 단일공 교감신경절제술은 여러 개의 내시경이 아닌 단 하나의 8mm 내시경을 통해 치료한다. 1cm 미만으로 절개 후 진행되며 마취 후 한쪽당 약 10분 내외로 수술이 끝난다. C-ARM 장비를 활용해 2중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단일공 교감신경절제술은 수술 후 회복속도가 빠르고, 흉터가 거의 없다는 특징이 있다. 또 다른 치료 후 증상이 재발해도 치료가 가능하며, 수술 후 통증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윤 원장은 "보상성(수술 후 다른 부위에서 나타나는 땀)으로 인해 수술을 망설이는 경우가 있는데, 단일공 교감신경절제술은 4번 교감신경(T4)을 차단하기 때문에 보상성 다한증 및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용 연고나 보톡스 등 보존적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해당 치료법의 경우 일시적인 증상 완화만 가능할 뿐 근본적 치료법이 아니며, 단일공 교감신경절제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겨울철에도 땀이 나는 다한증은 동상과 수족냉증, 심뇌혈관질환 위험까지 있어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사진/강남베드로병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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