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은 아시아나 '균등감자'…항공사 통합 탄력
무상감자 96.1% 찬성으로 가결
재무 개선으로 신용등급 하락 면해
새 주인 대한항공 부담↓
2020-12-14 13:51:17 2020-12-14 13:51:17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의 무상감자가 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대한항공(003490)의 인수 작업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총에서 무상감자 안건이 96.1%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공시했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 수는 약 9339만주로, 주주의 41.8%가 참여했다.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상감자가 임시 주총 문턱을 넘으면서 아시아나항공은 계획대로 이달 28일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식 3주를 1주의 비율로 병합한다. 아시아나항공 주식 3주를 가지고 있었다면 28일을 기점으로 1주로 줄어드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무상감자를 추진한 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감자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수는 약 2억2324만주에서 7441만주로, 자본금은 1조1162억원에서 3721억원으로 감소한다. 이에 따라 자본잠식률은 56.3%에서 10% 미만으로 내려가게 된다. 자본잠식률이 낮아지면서 연말 관리 종목 지정과 신용등급 하락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재무 상황이 좋아지진 않았지만 장부상으로는 개선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대한항공도 부담을 덜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이 무상감자를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게 되면서 새 주인 대한항공도 부담을 덜게 됐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로 올해 항공사들의 경영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가운데 내년 상반기까지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이 동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제 대한항공 또한 코로나19로 매출은 줄고 빚은 쌓인 상황이라 아시아나항공의 상장 폐지나 신용등급 하락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감자 추진으로 당장 급한 불은 끄면서 이달 29일 예정인 아시아나항공 영구전환사채(CB) 3000억원 인수도 계획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앞서 인수 계약금으로 3000억원을 예치했다. 계획에 변수가 없으면 대한항공은 내년 하반기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인수로 최대주주인 금호산업(30.79%)의 주식 수는 6868만여주에서 2289만여주, 금호석유화학(11.02%)은 2459만여주에서 819만여주가 된다. 소액주주를 포함한 기타주주(58.2%)는 1억2994만여주에서 4331만여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금호석유화학과 일반 주주들은 부실 경영한 대주주가 더 책임져야 한다며 차등감자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임시 주총도 대주주와 소수의 일반 주주만 참여하면서 가결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한 다수 주주의 경우 대한항공이 인수를 추진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다시 뛰고 있고 감자 외에는 관리 종목 지정을 피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어 반대표를 던지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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