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음악 사용 요율 사실상 2%…음저협 목소리만 수용한 것"
OTT음대협, 문체부 음악 저작권료 발표에 강력 반발
"중간 수준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교묘하게 발표"
일부 업체에선 행정소송 검토까지
2020-12-11 17:41:29 2020-12-11 17:41:29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관계부처,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우려의 목소리는 차단하고, 일부 독점적 신탁단체의 목소리만 수용한 것이다."
 
문체부가 11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 수정개정안을 발표하자 OTT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문체부는 업계 여건을 고려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 제출안에서 일부 수정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음저협의 핵심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했다는 것이다.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이하 OTT음대협)이 가장 크게 문제삼는 부분은 사용 요율이다. 문체부가 사용 요율을 1.5%라고 발표했지만 5년 동안 연차계수를 적용해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2% 요율을 적용받게 된다는 것이다. 연차계수는 개정안이 처음 적용되는 2021년의 1로 시작해서 오는 2026년에는 1.333까지 올라간다. OTT 업계는 2026년이 되면 1.9995%의 요율을 적용받게 된다. 음악 예능이나 공연 실황 등 음악저작물이 주된 목적인 영상물은 3%에서 연차계수 적용을 받으면 2026년에는 매출의 약 4%를 음악 저작권료로 내게 된다.
 
 
문체부는 연차계수가 "OTT의 안정적인 사업 정착 및 조항의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OTT음대협은 이것이 "음저협이 요구한 2.5%와 OTT 업계가 요구한 0.625%의 중간 수준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교묘하게 발표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연차계수 적용 방식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일반적으로 연차계수는 목표 요율을 정하고 점차 그 요율을 맞춰가는 형식으로 적용된다. 인터넷(IP)TV의 경우 음악 사용 요율이 1.2%인데 연도별 조정계수를 0.508에서 시작해 목표년도까지 1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몇 년 간의 시간을 두고 1.2%의 목표요율에 도달하는 것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1.5%라고 발표해놓고 점점 올리는 것은 사실상 2%로 정해놓았다는 의미인데 OTT 의견을 들어주는 것처럼 말장난을 하는 거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OTT음대협은 OTT 서비스를 0.75%의 음악 사용 요율이 적용된 '방송물 재전송서비스'가 아닌 '영상물 전송서비스'로 일률 적용하는 부분도 문제삼았다. 이는 관계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지적하는 부분이다. 
 
신설된 '영상물 전송서비스' 조항은 OTT에서 서비스하는 영상물 전체를 뜻한다. 기존의 '방송물 재전송서비스'의 경우 방송사 등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의 방송물을 다시보기 또는 다시듣기 하는 서비스를 위해 마련된 조항이라는 것이 문체부의 설명이다. 
 
OTT음대협은 저작권 사용료가 기술형태가 아닌 '이용형태'에 따라 책정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OTT 서비스는 실시간 방송도 있고, VOD 구매·다시보기·구독형 등 복잡하게 이뤄져 해외 OTT 서비스와는 차이가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 하는 곳은 왓챠뿐이다. 국내 방송국에서 제작한 영상물의 경우 셋톱박스를 이용하지 않을 뿐 IPTV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서비스한다. OTT 플랫폼 자체제작 콘텐츠라면 '영상물 전송서비스'라고 할 수 있지만, 국내 방송물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OTT음대협은 "동일한 콘텐츠를 동일하게 서비스 하는 다른 플랫폼 및 사업자들에 비해 훨씬 과도한 차별적인 사용료율을 승인해 정부부처인 문체부 스스로 형평성 및 차별금지 원칙을 깨뜨렸다"고 항변했다. 
 
'영상물 전송서비스'로 음악 사용 요율을 일률 적용하면 이중징수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방송물 재전송서비스의 경우 제작단계에서 이미 권리 처리가 완료됐다는 점을 감안해 사용 요율을 정하는데, OTT만 이를 적용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상파 3사가 지분을 가진 '웨이브'는 지상파 방송국이 제작한 콘텐츠를 서비스 할 때도 방송물 재전송서비스가 아닌 영상물 전송서비스 기준 음악 사용 요율을 적용받는다. 
 
지난 9일 열린 'OTT 사업자의 음악저작권 적정요율' 토론회 참가자들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생중계 갈무리
 
학계에서도 이중징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김경숙 상명대 저작권보호학과 교수는 지난 9일 열린 'OTT 사업자의 음악저작권 적정요율 토론회'에서 "해외 사례를 보아도 징수 방식과 기준을 다르지만, 창작곡이든 기성곡이든 창작자와 제작자가 계약 당사자라는 점이 공통적이다"며 "음저협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OTT에서 이중징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도 이와 같은 입장이다. 'OTT 사업자의 음악저작권 적정요율 토론회'에서 김준동 과기정통부 방송산업정책과 팀장은 "넷플릭스와 같은 수준의 2.5%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며 "이용형태를 중심으로 이중징수를 배제하고 관리 비용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강조했다. 
 
이수경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기반총괄과 팀장도 "이렇게 이중징수 등 문제로 라디오 다시듣기를 할 때 음악 없이 나가는 프로그램이 상당히 있다"며 "만약 저작권자들이 이런 주작을 하면 OTT는 비실시간 VOD의 경우 음악을 빼거나 다른 음악으로 대체하려고 한다"고 했다. 
 
OTT업계는 이번 문체부 징수기준이 분쟁 가능성만 높여 향후 국내 콘텐츠 산업과 OTT플랫폼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 우려했다. OTT음대협은 "문체부가 이중징수 문제 등 음저협과 사용자 간에 발생가능한 분쟁 상황에 대해서도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방치했다"고 강조했다. 이미 일부 OTT업체는 "행정소송까지 고려 중이다"고 밝힌 바 있다. 
 
OTT음대협은 "문체부가 최소한 기계적 중립조차 지키지 못한, 콘텐츠 산업의 주무부처로서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며 "향후 미디어콘텐츠 산업 전반의 이해관계자 및 저작권자, 전문가들과 함께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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