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윤 기자]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가 14조원에 육박하는 등 석 달 만에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신용대출 규제를 시행하기 전인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1000억원으로 10월 말보다 13조6000억원 늘었다. 월간 증가폭 기준으로는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다. 11월 기준으로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증가액이다.
앞서 가계대출은 지난 8월 11조7000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최대 상승폭을 보여왔다. 이후 가계대출은 석달만에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주택관련 대출은 증가폭이 다소 축소됐으나, 신용대출로 대표되는 기타대출이 크게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1000억원으로 10월 말보다 13조6000억원 늘었다. 출처/한국은행
가계대출 중 비중이 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715조6000억원으로 6조2000억원 늘었다. 10월 6조8000억원 늘어난 것에서 증가세가 한 풀 꺾인 모습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지난 8월부터 4개월째 6조원대를 나타냈다. 전세자금대출은 2조3000억원 증가에 그치며 한 달 새 7000억원 감소했다.
주택 매매·전세 관련 자금수요에다 이미 승인된 집단대출 실행이 늘고, 주택 매매거래 관련 자금수요도 이어지면서 가계대출이 상당 폭 증가세를 유지했다는 게 한은 측의 설명이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은 지난달 말 265조6000억원으로 7조4000억원 불어나며 역대 최대 증가다. 지난 10월(3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배로 늘어난 셈이다.
기타대출은 주택·주식·생활자금 등 수요가 몰리면서 폭증했다. 주택은 광역시를 중심으로 매매가 늘어났고, 기업들의 공모주 청약이 몰리면서 주식 투자 수요도 많아졌다. 여기에 11월30일 신용대출 규제 시행 전 필요자금 수요가 몰리면서 신용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기타대출이 가계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12월은 신용대출 규제 강화 조치가 시행되고 있고 계절적으로 연말, 연초에는 상여금이 많이 들어오는 경향이 있어 11월보다는 증가세가 축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주택, 주식, 코로나19 관련 생활 자금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대출은 지난달 말 982조원으로 6조7000억원 늘었으나, 10월 9조2000억원에서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기업대출은 운전자금 수요가 둔화하면서 3000억원 감소했다. 중소기업은 개인사업자·중소법인의 대출수요와 은행 및 정책 금융기간의 금융지원이 이어지면서 7조원 증가했다.
은행 예금을 비롯한 수신 잔액은 11월 말 1914조원으로 21조6000억원 늘었다. 10월 증가폭(2조3000억원)에 비해서는 크게 늘었다. 가계와 기업에서 자금을 일시 예치하면서 수시입출식예금이 한 달 새 21조3000억원 크게 뛴 영향이다. 정기예금은 저금리로 인해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며 3조1000억원 줄었다.
이정윤 기자 j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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