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팀 백아란기자
공모주 청약 광풍이 불면서 기업공개(IPO)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까지 올해 IPO 시장에 대어들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주가가 급등하자, 기존 기관투자자나 고액자산가에게 집중돼 있던 공모제도를 개선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소액투자자의 공모주 청약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당국 역시 연내를 목표로 기업공개 제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는 우리사주 청약분에서 미달한 물량을 개인에게 우선 배정하는 등 개인배정 물량 확대와 상장 주관사 책임 강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청약증거금이 부족한 일반 청약자들의 경우 공모주 참여기회가 제한되는 만큼 소액투자자에게 불리한 부분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공모주 투자 열풍만을 고려해 제도를 손질한다면 오히려 IPO시장의 건전성을 무너뜨리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초가 대비 주가가 떨어진 상장사는 25곳으로 전체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마크로밀엠브레인의 주가는 시초가(1만3600원) 대비 41.25% 하락한 7990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티에스아이(277880)(-39.0%),
신도기연(290520)(-36.09%),
아이디피(332370)(-34.09%) 등도 시초가를 하회하고 있다.
역대 최대 증거금(58조원)을 모았던
카카오게임즈(293490)의 경우 공모가(2만4000원)의 2배 수준인 4만8600원(이하 16일 종가 기준)에서 주가를 형성하고 있지만 시초가와 비교하면 불과 600원 많은 수준이다. 상장 직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치며 '따상', '따상상'과 같은 신조어를 유행시킨
SK바이오팜(326030)의 주가 역시 공모가 4만9000원에서 26만9500원까지 치솟은 후 16만원대로 내려간 상태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17.25대1로 코스피 사상 최고 경쟁률을 썼던
빅히트(352820)는 시초가(27만원) 보다 36.5% 하락한 17만1500원(16일 종가)에서 거래되고 있다.
공모주 투자가 장밋빛 결과만 내놓지 않는 것이다.
주가 하락에 대한 손실도 커질 수 있다. 공모가와 시장의 평가 간 괴리가 큰 상황에서 공모주 청약 배정물량이 현행 20%에서 30%로 늘어나 예상치 않게 공모주를 많이 받게 될 경우 해당 공모주 하락에 대한 책임 역시 고스란히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과열된 청약증거금 경쟁을 완화하고 IPO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 하지만 IPO시장은 올해만 있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공모주 투자가 인기를 끄는 ‘핫 마켓’ 역시 언제든 ‘콜드마켓(Cold market)’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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