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내수 전반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공격적인 외연 확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동대문 두타면세점, 대전 아울렛, 인천면세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등 4곳을 신규 출점했다. 경쟁기업이 점포 구조조정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과 대조적으로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펼치고 있다. 내년에는 서울 여의도에 '여의도 파크원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서울 시내 백화점 가운데 최대 규모인 여의도점은 미래형 '유통매장'으로,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과 손잡고 무인화자동 매장, 무인 슈퍼마켓 등 첨단 시스템이 적용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헬스앤뷰티(H&B) 스토어 CJ올리브영이 추진 중인 프리 상장 전 지분투자(IPO)에 현대백화점이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분 인수 시 정 회장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화장품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올해 초 기능성 화장품 기업인 클린젠코스메슈티칼의 경영권을 인수하며 뷰티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후 국내 천연 화장품 원료 시장 1위 회사인 SK바이오랜드도 1205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이미 '레드오션'인 국내 화장품 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OEM·ODM 업체 증가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패션·제약업체, 인플루언서까지 브랜드 론칭에 나서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롯데백화점은 2016년 화장품 브랜드 '엘앤코스'를 론칭했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화장품은 트렌드 교체 주기도 빨라 전략적인 브랜딩 전략을 취하지 않는다면 롱런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백화점, 면세점 등 기존 유통 채널 등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어 오프라인 유통에 집중해온 현대백화점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온라인·오프라인 통합에 주력하는 롯데와 신세계와는 달리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꼽혀왔다. 기존 온라인몰을 업그레이드하는 식으로 온라인 시장 성장 속도에 비해 다소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효율적 투자 관점에서 온라인 사업은 계열사별 전문성을 살린 전문몰 집중 전략을 택했다. 또, 쿠팡 입점이나 네이버 장보기와 제휴 등으로 온라인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6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 나가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빠른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29명이 승진하고 19명이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사장단 인사에서 1960년대생 젊은 경영진을 전면에 포진시켰지만, 올해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안정 속에서 혁신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뤄졌다. 올해 4분기에는 신규점 리뉴얼 효과와 면세점 매출액 상승으로 적자 폭 축소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비상(非常)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는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 ‘혁신적 사고’를 통해 성장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기존 전략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뚝심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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