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중국 업체 샤오미·오포가 미국의 제재로 인해 스마트폰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웨이 빈자리를 먼저 차지했다. 이번 수혜 주인공이 되지 못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신제품 출시와 기존 라인업 강화 등의 전략을 통해 계속 이어질 '화웨이 특수'를 노린다.
1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3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4%로 4위에 그쳤다. 미국 상무부 제재에 따라 구글이 화웨이 스마트폰 기종에 구글모바일서비스(GMS) 사용을 원천 차단한 여파 등으로 인해 점유율 감소를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가 이번에 잃은 점유율을 대신 가져간 곳은 샤오미와 오포였다. 샤오미는 19%로 2위 애플(19%)와 거의 비등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순위는 이전과 그대로였으나 연간 성장률이 91%에 달했다. 오포(3%)는 한 술 더 떠 연간 성장률 396%를 달성하며 처음으로 5위에 진입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34%로 이전과 마찬가지로 1위를 유지했으나 화웨이를 제외한 상위 5위 업체 가운데 가장 낮은 연간 성장률(3%)을 기록했다.
범위를 서유럽으로 좁혀도 샤오미와 오포의 강세는 이어졌다. 화웨이(12%)의 순위가 4위로 떨어진 가운데 상위 5걸 가운데 3위 샤오미(13%)와 5위 오포(4%)만이 순위가 이전보다 올랐다. 삼성전자(36%)와 애플(25%)이 나란히 1위와 2위를 유지했으나 연간 성장률을 따지면 샤오미와 오포가 상대적으로 훨씬 높았다.
삼성전자가 지난 10일 스페인에 출시한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M11. 사진/삼성전자
특히 스페인 시장의 경우 샤오미(34%)가 지난번에 이어 삼성전자(26%)를 제치고 1위를 유지한 가운데 오포(8%)가 5위 애플(7%)을 밀어내고 화웨이(15%)에 이은 4위에 진입했다. 오포의 스페인 시장 연간 성장률은 무려 1456%에 달했다.
샤오미와 오포 반등의 이유가 된 '화웨이 특수'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제재 이전 화웨이가 발 빠르게 스마트폰 부품 재고 축적에 나서며 급한 불을 끈 상황이나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내년 상반기 정도가 되면 그나마 부품 재고마저 바닥나 스마트폰 생산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 교체에 따른 미국의 태도 변화와 같은 변수가 등장하지 않은 이상 시간이 갈수록 '화웨이 특수'의 파이가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삼성전자는 10일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M11을 스페인에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번 제품은 6.4인치 HD+ 몰입형 인피니티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에 퀄컴 스냅드래곤 450 프로세서가 장착됐고 트리플 카메라와 3GB 램, 5000mAh 배터리 등을 갖췄다. 32GB 용량으로 출시됐는데 가격을 179유로(약 23만5000원)로 책정했다. 프리미엄형 외에도 보급형을 앞세워 현지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 부문 도약을 꿈꾸는 LG전자는 LG 윙 등 기존 출시한 프리미엄 라인업 외에 보급형 스마트폰인 K시리즈 등을 내세워 유럽 시장을 정조준할 방침이다. 이미 LG전자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 당시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다른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멕시코 등 중미 지역에 보급형 스마트폰 모델을 출시해 매출 확대를 추진할 것이며 유럽에서는 5G 수요 등을 고려해 매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폰 위주로 유럽을 공략했던 화웨이처럼 이외 중국 업체도 비슷한 전략을 이어가다 보니 화웨이의 점유율을 빠르게 흡수한 것 같다"며 "중저가폰 외에도 화웨이가 차지하는 유럽 내 점유율이 꽤 높기 때문에 국내 업체가 특수를 노릴 환경은 여전히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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