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30년 전 기술 불모지였던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 반도체를 선택하는 혜안을 발휘하며 국제적으로 변방이던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낸 고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영면에 들어갔다. 평소 반도체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사랑을 드러냈던 고인은 삼성전자의 본사 소재지이자 국내 반도체 신화의 기원지라 할 수 있는 수원에 묻혔다.
이 회장의 영결식과 발인은 28일 오전 차분하고도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날 오전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지하강당에서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영결식에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을 기렸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발인이 엄수된 28일 오전 운구차량이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영결식은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이수빈 전
삼성생명(032830) 회장의 약력보고, 고인의 고교 동창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의 회고, 추모영상 상영, 참석자 헌화 순서로 진행됐다.
이수빈 전 회장은 약력보고 도중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신경영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인의 삶을 회고하다가 '영면에 드셨다'는 부분에서는 목이 멘 듯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필규 전 회장은 위대한 기업가로 성장하기 이전 어린 시절 이 회장의 비범함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몰두하는 모습, 그리고 반도체 산업 진출을 아버지인 선대회장에게 진언한 일화 등을 회고했다. 특히 이 회장이 도쿄 유학시절 지냈던 2층 방이 전축·라디오·TV로 가득하고 이 회장이 이를 모두 분해해 재조립하고 있던 모습을 본 이재용 부회장의 고교 은사 한우택 선생님의 경험담도 소개하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발인이 엄수된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운구차량 앞 조수석에 고인의 영정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회장은 "'승어부'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말로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나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창업자인 부친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이뤘다는 뜻이다. 이어 "부친의 어깨너머로 배운 이 회장이 부친을 능가하는 업적을 이루었듯이 이 회장의 어깨너머로 배운 이재용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라고 격려했다.
추모영상에서는 1987년 12월 삼성 회장 취임 이후 2014년 쓰러지기까지 변화와 도전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경영인 이건희, 사물의 본질 탐구에 몰두하는 소년 이건희, 스포츠 외교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에 기여한 이건희 등 이 회장의 다양한 면면을 조망했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발인이 엄수된 28일 오전 이서현(왼쪽부터)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량에서 내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영결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영결식 직후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 등은 장례식장 지하 2층에 마련된 빈소로 다시 이동했고 발인이 진행됐다. 고인을 오랫동안 보좌했던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현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장 사장 등이 장지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장례식장을 빠져나온 운구 행렬은 곧바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과 고인이 생전 살았던 한남동 자택, 이태원동 집무실인 승지원을 정차하지 않고 차례로 돌았다. 이후 이 회장이 사재를 털어 만든 화성·기흥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미리 배웅 나온 임직원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눴다. 화성사업장을 나온 이 회장은 마지막 종착지인 수원 가족 선산에서 영면했다. 수원 선산에는 이병철 선대회장의 부모와 조부가 잠들어 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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