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이 임박하면서 두 기업이 치르고 있는 다른 소송들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두 기업은 배터리와 관련해 국내외에서 6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시작으로 SK이노베이션에 모두 3건의 배터리 관련 소송을 걸었다. SK이노베이션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LG화학을 상대로 3건의 소송을 건 상태다.
그래픽/최원식 디자이너
꼬리에 꼬리 문 소송전
두 회사의 소송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양상으로 진행돼왔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치열한 진실공방과 여론전도 이어졌다. LG화학이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오는 26일(현지시간) 최종 결론이 나올 예정인 가운데 나머지 소송은 대부분 조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소송의 시작은 LG화학이다. 지난해 4월 LG화학은 ITC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건 후 같은 해 5월 서울지방경찰청에 SK이노베이션 인사담당 직원을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했다. 고발한 지 1년이 지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자 LG화학은 지난 7월 경찰에 다시 한번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LG화학의 공세가 이어지자 SK이노베이션도 참지 않았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제기된 지 두 달 후 SK이노베이션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LG화학이 자사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과 영업비밀 침해가 없었다는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두 회사가 각각 서로에게 특허침해 소송을 걸었고 한달 뒤 SK이노베이션은 서울중앙지법에 LG화학이 ITC에 제소한 특허침해 소송을 취하해야 한다며 손해배상 청구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지난 8월 LG화학 승소로 1심 판결이 났지만 SK이노베이션은 항소하겠단 계획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결론이 임박하면서 다른 소송들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진/뉴시스
새 쟁점은 특허침해 소송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이 임박한 가운데 이후 새 쟁점은 특허침해 소송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허침해 소송은 아직 결과를 가늠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ITC 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SK이노베이션이 관련 증거를 인멸했다며 LG화학이 낸 제재 요청서에 찬성하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고 재판부가 지난달 말 'LG화학이 자사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한 정황이 있기에 포렌식 분석을 해달라'는 SK이노베이션의 요청은 기각하면서 이 소송 또한 LG화학이 우세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ITC는 오는 12월 LG화학이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 관련 청문회도 열 계획이다. ITC 행정판사 주관으로 진행하는 청문회는 소송 당사자들의 주장과 상대 주장에 대한 반론을 듣는 자리다. 청문회를 앞두고 LG화학은 ITC에 특허침해 제소 당시 주장한 일부 청구항(claim)들을 자진해서 철회하겠다고 ITC 측에 요청했는데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다툴 부분을 줄이는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이 자리에서 양측이 제시하는 내용은 판결을 위한 참고 자료가 될 전망이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최종 결론을 내기까지 1년 6개월 이상의 기간이 걸린 만큼 지난해 9월 시작된 특허침해 소송도 비슷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 결과가 나온 후 두 회사의 합의가 급물살을 타면 특허침해 소송 또한 상호 취하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합의금 규모를 두고는 두 기업이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빠른 합의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양측 모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는 지난 21일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0' 행사에서 "(LG화학과의 소송은) 어떻게든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대화를 지속하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배터리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소송 비용이 계속 드는 것도 양쪽 모두 부담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가 현재까지 쓴 소송 비용은 4000억원 정도로,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보다 많은 로펌과 계약하면서 더 큰 지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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