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영국 한 연구팀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고의 감염시킨 뒤 백신 후보 물질의 면역 반응을 확인하는 인체시험을 계획해 논란이 되고 있다. 윤리적인 문제와 함께 무모한 실험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영국 정부는 해당 시험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가운데 후보군 중 하나로 알려진 백신의 임상시험에서 사망자가 발생해 인체시험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한 백신 임상시험 참가자가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연구팀은 건강한 18~30세 최대 90명을 대상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약 3개월간 '인체 유발반응 시험'(HCT·휴먼챌린지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이번 인체 시험에 3360만 파운드(약 494억9000만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험에서 연구팀은 참가자들 인체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직접 투입해 지금까지 개발된 백신 후보 물질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또 백신 투여 후 어떠한 부작용이 일어나는지 확인한다. 지원자들이 맞게 될 백신 후보군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임페리얼칼리지, 케임브리지대 등에서 개발 중인 백신 3개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우리는 인체 유발반응 시험을 선도하는 국가로 필요한 기반 시설과 숙련된 노동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과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이런 실험을 통해 장티푸스, 콜레라, 기타 질병에 대한 백신을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고의 감염이란 윤리적 문제와 신종 전염병인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인체시험이 진행되는 기간 참가자들은 영국 최저임금인 시급 9파운드(약 1만3000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선 저소득층이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지원자들 중 미처 확인하지 못한 기저질환, 혹은 희귀병이 있다면 끔찍한 결과가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고 전했다. 또 장기적인 부작용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모한 실험을 진행한다는 비판과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인체시험이 노인 등 코로나19 취약계층에 적용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단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참가자 등록 전 독립적인 윤리 및 보건 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바이러스 주입, 격리, 후속 상황 등 모든 단계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지난 21일 브라질에서 진행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백신 3상 임상시험에서 참가자 중 한 명이 사망한 사실이 전해졌다. 지난달 영국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이 보고된 뒤 또 다시 발생한 사고로 임상시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사망자가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백신 후보를 투약받았는지 플라시보(가짜 약)를 받은 것인지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