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저축은행에서 인력 이탈이 잦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거래가 확산하자 테크핀 업계로 적을 옮기는 직원이 늘어나면서다. 저축은행도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력직 채용 규모를 키우며 대응에 나섰다.
저축은행에서 테크핀 업체로 디지털 인력들이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사진/뉴시스
1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자산 순위 상위 5개 업체(SBI·OK·페퍼·한국투자·웰컴) 임직원 수는 2774명으로 집계됐다. 전분기 대비 16명 감소하며 증가세가 꺾였다.
외부에선 이 같은 직원 수 감소에 대해 오프라인 점포 축소에 따른 여파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선 간편결제 업체 등 테크핀이 크게 성장하면서 인력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항간에 영업 점포가 줄어서 직원 수가 감소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영업 점포가 없어진 직원들은 다른 영업점이나 본사로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크핀 업체들이 IT 인력을 많이 채용하며 이직한 직원이 늘어 직원 수가 감소한 것"이라며 "최근 업계에선 이직에 대한 이슈가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상반기 테크핀 업체들은 잇달아 경력직 채용에 돌입한 바 있다.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5월 개발 직군에서 경력직 사원을 대대적으로 모집했다. 금융 및 페이 서비스 개발, 데이터 엔지니어 등 9개 분야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인재를 채용했다. 이어 카카오페이도 지난 6월 서버, 안드로이드 등 7개 개발 부문에서 80여명을 채용했다. 현재도 상당수 테크핀 업체들은 상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테크핀으로의 인력 유출이 나타나는 데는 간편결제 부상과 맞닿아 있다. 코로나 여파로 비대면 결제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모바일 및 데이터 서비스에 대한 이용이 급증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간편결제서비스 일일 이용실적'에 따르면 상반기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액은 213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비 약 12.1% 증가했다.
테크핀 업체가 상대적으로 복지 환경이 좋고 젊은 조직 문화를 갖춘 것도 이직이 늘어나는 이유로 꼽힌다.
저축은행들도 인력 공백을 막기 위해 디지털 부문 경력직 채용에 나서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 8월 ICT개발팀 경력 직원을 모집했으며, OK저축은행은 계열사 OK데이터시스템에서 해외 IT 프로젝트를 담당할 경력 직원 모집 공고를 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IT 채널 서비스와 아키텍트 부문에서, KB저축은행은 통계 및 데이터분석 직무 관련 경력 사원 채용을 각각 진행했다.
향후 테크핀 업체의 입지가 강화될수록 인력 이동 현상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간편결제업체 관계자는 "테크핀 업체가 최근 급격하게 성장하는 만큼 다른 업계 종사자들도 기회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인력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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