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발언을 두고 영야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김 위원장의 '남녘동포' 발언에 정부·여당은 남북관계 복원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종전선언 카드를 재차 내세우고 있지만, 야당은 북한이 신형 ICBM(대륙 간 탄도미사일) 공개한 상황에 종전선언은 '종말'에 가깝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대북전문가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남북이 다시 두 손 맞잡을 날이 오길 기원한다고 밝힌 건 남북관계에 숨통을 틀 수 있는 긍정적인 발언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ICBM을 공개한 것은 북한이 대량파괴무기 개발 의지를 꺾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여당은 열병식 관련 메시지의 방점을 '화해'에 두고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0일 열병식 연설에서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며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손을 맞잡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고 발언한 것에는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복귀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판단이다. 청와대는 전날 "남북관계 복원하자는 북한 입장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통일부와 외교부도 각각 "남북관계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종전선언에 대한 북측의 호응을 기대한다"면서 환영하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야당은 김정은 위원장의 유화적 메시지보다는 열병식 당일 공개된 신형 무기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이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열병식에서는 고도화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직접 위협하는 방사포도 드러냈다. 이건 명백한 군사합의 위반이자 안보위협"이라며 "북한이 달라진 게 아니라 더욱 위험이 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우리나라 공무원 피살 사건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의 대남 유화 메시지는 '악어의 눈물'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대통령이 주장하는 종전선언은 '종말을 불러올 있는 행위, 국가 안보와 국민 안위를 저버리는 반헌법적 행태"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을 비롯한 1백여 장의 사진을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대북 전문가들은 열병식에서 나온 메시지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남한과 손잡을 날을 바란다는 것이지, 남한에 대한 불만이나 구체적인 제안이 담기지 않았다"며 "나쁜 것은 아니지만 마치 대화의 제스처로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듣고 싶은 희망적 사고에 기반한 과도한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난 3월과 9월 정상간 주고받은 친서에 나와 있는 표현과 비슷하다. 말 그대로 코로나19가 상황이 해결돼야 접촉이 가능할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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