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00만원에 대출 1.2억 차이…정책 주담대 형평성 논란
2025-10-31 11:53:29 2025-10-31 16:53:12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10·15 대책을 포함한 잇단 부동산 정책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정책 모기지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간의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실수요자 보호'를 내세우며 대출 문턱을 높이는 사이, 소득 기준에 따라 정책대출 이용 가능 여부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실수요자 간 불합리한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3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담보인정비율(LTV) 강화, 신용등급별 대출 한도 조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중은행 주담대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구입용 대출 문턱이 상승하면서 실수요자 부담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정책자금대출은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아져 특정 계층에 유리한 구조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부부 합산 소득 7000만원 기준 엇갈린 운명 
 
실제로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 연봉 100만원 차이로 주담대 한도는 1억2000만원 격차가 발생합니다. 예컨대 합산 연소득 7000만원인 부부가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면 30년 기준 3억6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합니다. 반면 연봉이 7000만원에서 조금이라도 초과하는 경우 일반 시중은행 주담대(DSR 40%)로는 2억4000만원까지밖에 대출을 받을 수 없습니다. 
 
상환 능력이 더 높은 차주가 오히려 적은 금액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이러한 격차는 정책자금 대출은 놔두고 구입용 대출만 옥좼기 때문입니다.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고작 100만원 초과로 내 집 마련 기회가 사라진다"는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서민층 주거 지원이라는 정책 취지를 반영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중간소득층의 주거 사다리를 끊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적잖습니다. 아울러 정책대출이라도 표면적 우대와 실제 혜택 간 차이가 있어서 가구별 특성에 맞춰 충분히 활용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시장에선 강경 일변도의 부동산 대출 구조가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돕기보다는 기준선 근처의 중간층을 배제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부동산 관계자는 "요즘 실수요자 대부분이 30~40대 맞벌이인데, 둘 다 중소기업 다녀도 합산 소득이 7000만원을 살짝 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가구들은 정책대출에 배제돼 정작 주택을 사기 가장 어려운 계층이 피해를 본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지역에 같은 주택을 구매하려는 가구라도 시중은행 대출 여부에 따라 대출 가능액 차이가 크게 발생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 모기지 기준에 맞는 사람만 혜택을 보게 되면서 규제의 틀 밖에 있는 실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조가 된다"며 "대출 규제 강화의 목적이 투기 억제라지만 실수요자에게는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세퇴거대출 70%, 내 집 마련 60%실수요자 역차별
 
비슷한 불균형은 전세퇴거자금대출에서도 나타납니다. 규제지역에서도 전세 퇴거 목적의 대출은 LTV 70%까지 허용되지만, 같은 지역에서 무주택자가 구입용으로 주담대를 받을 때는 LTV가 60%로 제한됩니다. 이로 인해 무주택 실수요자가 집을 구입하려 할 때보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임차인·임대인 쪽 대출 조건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또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LTV·DSR 규제 강화로 실수요자는 대출 한도가 제한된다"며 "반면 정책자금대출이나 임차인 관련 대출은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금융당국은 잇단 부동산 대책 발표를 통해 투기 수요 억제를 강조하며 "정책대출은 취약계층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실수요자와 정책자금 대상자 간 불합리한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투기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의 균형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정부가 투기 수요 차단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실제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중산층 실수요자들이 역차별 당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기준을 정해주는 것보다 금융기관에 맡겨야 한다"며 "시장경제 맡겨야지 정부가 수요 억제 정책을 하게 되면 부작용이 더 크게 된다"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연봉의 차이로 대출을 해 주는 것보다 금융기관에 맡기고 자율적으로 대출을 해줘야 한다"면서 "정부가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이러한 규제들이 부동산 가격 안정에 기여하는 힘은 제한적이며 주택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양질의 안정적 공급 확대와 같은 수요 억제를 넘어선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