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원 분리 땐 금융 민원 뺑뺑이에 공동검사 하세월"
2025-09-18 14:19:40 2025-09-18 17:44:2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 한 소비자는 설계사로부터 특별 프로모션 명목으로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를 돌려준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설계사는 수개월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는데요. 보험업법 위반에 따라 계약 해지를 요청했으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소비자는 "금융감독원(금감원)과 금융소비자원(금소원)에 문의하니 감독제도개선이 필요한 사항인지 봐야 한다며 '뺑뺑이'를 돌린다"고 토로했습니다. 
 
#. 금감원과 금소원, 예금보험공사는 특정 은행에 대해 공동 검사에 돌입하기로 했습니다. 감독기관 분리 이후 공동 검사 참여 기관이 늘어나면서 일정 잡기가 전보다 어려워졌습니다. 예보는 해당 금융사가 부실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난색이고, 금감원과 금소원은 검사 기간 설정을 두고 입장 차가 있습니다. 감독기관 직원은 "두 달 넘도록 협의하고 있는 일정 잡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 빅테크 기업의 간편결제 서비스에서 결제 사고가 터지자 금감원은 현장검사팀을 급하게 꾸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금감원·금소원 분리, 공공기관 지정 이후 대거 퇴사해, 각 부서에서 검사 인력을 착출해야 했습니다. 금감원 한 직원은 "현장팀 꾸리고 보니 검사 경력이 3년 이상 되는 사람이 없다"며 "금융사 자료 요청하는 법부터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에 따라 감독 기능이 건전성(금감원)과 영업행위(금소원)로 나눠질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감독기관 직원들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이 현재의 조직개편을 강행할 경우 최종적으로 금융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 조직 개편안대로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이 분리됐을 때 금융사고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금융사고 놓고 책임 기관 불분명
 
앞서 정부는 금융 정책·감독 기능을 재정경제부(재경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금감원, 금소원 등 4개 기관으로 분할하는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부문은 재경부로 이관하고, 금융위는 금감위로 탈바꿈해 감독 업무를 총괄하게 됩니다.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소원으로 분리·신설되며 금감원과 함께 공공기관으로 지정됩니다. 
 
금감원·금소원 분리로 금융사고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른바 '핑퐁 민원'이라고 하는 조직 간 떠넘기기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독기관 직원들의 업무 태만이라기보다 기관 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설계사 수당이나 수수료 문제는 소비자 보호 문제이면서도 금융사 건전성 문제로 분류됩니다. 표면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비용 문제로 볼 수 있지만, 과도한 수수료 경쟁이 금융사 재무 건전성에 직결되는 만큼 건전성 감독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금융사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문제 역시 소비자 보호와 기업 안정성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입니다. 금융사 핵심성과지표(KPI)에는 실적과 수익성, 고객만족도, 자산건전성, 자본효율성 등을 반영하는데요. 금감원에서는 건전성 지표에 배점을 늘리려는 반면 금소원에서는 고객만족도 등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습니다.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증권사 발행어음, 보험사 영구채권 투자 등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적합성, 설명 의무 등 불완전판매 관련 영업 행위 이슈가 제기되는 가운데 발행사의 건전성 이슈도 따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금감원 한 직원은 "감독 중첩 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본능적으로 감독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며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떠돌아다니는 상황이 금융시장에서도 벌어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감독 혼란에 소비자 피해 가중"
 
또한 금융지주 체제에서는 은행을 비롯해 보험, 카드, 증권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정 사업 영역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금감원과 금소원이 분리되면 같은 사안을 두고 여러 기관의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일례로 계열 은행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한 금융지주사가 비은행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있을 경우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현재는 금감원이 고객 손실에 대해 불완전판매 검사와 분쟁조정을 진행하는 동시에 M&A 적정성 검사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감독기관이 나뉘면 고객 손실은 금소원이, 건전성 검사는 금감원이 심사하면서 결국 금융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기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기관 간 갈등 소지도 큽니다. 과거 금융감독 방향을 놓고 당국 수장들이 충돌하면서 감독 체계 전반의 신뢰도가 흔들린 사례가 반복됐습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위와 금감원, 금소원 등 당국 수장들이 정책 전반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시장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관료 외부 출신 금감원장과 관료 출신 금융위원장은 그가 노동이사제 도입, 사모펀드 사태 수습 등을 두고 등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정부의 조직개편안이 현실화하면 감독기구가 재경부나 금감위 등 정부 조직에 종속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금감위는 회의체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처럼 정부 부처처럼 행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전환되면 재경부의 기관운영평가를 받아야 하는데요. 정부 입김에 따라 감독기관이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입니다.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교수는 "이번 정부 조직 개편안은 정책 일관성이나 재정건전성 확보보다는 관료 조직 간 권한 재배분과 정치적 고려가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며 "금융정책의 독립성과 재정정책의 안정성을 동시에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의 조직개편안대로 감원과 금소원이 분리됐을 때 금융 민원의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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