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조선업계가 역대 최악의 불황으로 기억되는 2016년 이후 또 다시 보릿고개에 직면했다. 발주 물량 자체가 크게 줄어든 탓에 조선사들의 수주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8월 말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812만1905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388척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하락했다.
이는 조선업계가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었던 2016년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2016년은 저유가, 글로벌 경기침체 등이 겹치면서 조선, 해운업계가 동반불황을 겪은 해였다. 그해 8월 누계 발주량은 955만7471CGT(522척), 발주액은 256억달러였다.
하지만 올해 발주량은 2016년보다 15% 줄었다. 발주액도 185억달러로 27.7% 하락한 상황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계가 또 한번의 보릿고개에 직면해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은 글로벌 발주량이 2016년보다 감소했지만 한국의 수주량은 좀 더 늘어난 점이다. 한국은 2016년 8월 누계로 111만650CGT(39척)의 저조한 수주량을 기록한 바 있다. 반면 올해는 238만9658CGT(75척)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수주액도 당시 22억달러에서 57억달러로 약 35억달러 불었고 수주 점유율은 17.8% 증가한 29.4%로 확대됐다.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줄었지만 더 많은 일감을 확보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국내 조선사들이 일감을 넉넉하게 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선 빅3 모두 연간 수주 목표 달성율이 20%대에 머물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국조선해양(009540)의 조선 계열사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은 연간 수주목표 157억달러 중 26%(41억달러)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수주 실적이다.
삼성중공업(010140)의 수주량도 저조하다. 현재까지 셔틀탱커 3척,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 초대형 에탄올운반선(VLEC) 2척을 수주하며 총 7억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올해 목표치인 84억달러의 8%에 불과하다.
대우조선해양(042660)도 비슷한 처지다. 올해 LNG-바지(액화천연가스 저장 및 환적설비) 2척, 탱커 4척 등 총 7척(15억3000만달러)을 따내며 연간 목표치 72억1000만달러의 21%만 달성했다.
연초만 해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이슈로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신조선 발주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특히 올해는 카타르, 모잠비크 등 대규모 LNG선 프로젝트 발주가 예고되면서 기대감이 컸다. 지난 6월에는 손꼽아 기다리던 카타르 프로젝트가 개시돼 조선 빅3가 23조원 규모의 슬롯(선박 건조 위한 공간) 계약을 따내기도 했지만 아직 건조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같은 수주가뭄으로 국내 조선사는 올해 수주목표치 달성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사 한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 사태로 발주량이 워낙 많이 줄다 보니 연초에 세운 수주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조선 빅3 모두 연간 수주목표를 하향 조정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연말까지 추가 수주를 위해 전력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연말마다 매년 되풀이 되는 조선사 몰아치기 수주가 올해도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그룹은 작년 12월 한달간 40척을 몰아치기 수주에 나서며 뒷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도 현재 단독 협상 중인 4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와 나이지리아 봉가사우스웨스트의 FPSO(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및 하역설비)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러시아발 쇄빙LNG선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수주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일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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