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제약·바이오주 광풍이 찾아온 해다. 특히 제약바이오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인기 섹터 중 하나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돼 연일 시세가 오르고 있으며, 주가 상승 모멘텀도 많다. 동시에 제약바이오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섹터이다. 이면엔 임상실험 실패와 모멘텀 소실 등으로 인한 손실 리스크가 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만 봐도 많은 제약바이오 종목들이 'K-진단키트'라는 신조어와 함께 코로나19 국면에서 저력을 보여주었지만, 그만큼 등락폭 또한 컸던 게 사실이다. 실적 기반이 아닌 모멘텀과 미래 성장 기대감에 기반한 주가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승승장구 제약바이오 섹터에서도 종목을 심사숙고해 선별해낼 필요가 있다.
에이치엘비는 본래 합성수지선 건조업과 선박 구명정 등 복합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로 알려져있으나, 우리에겐 표적항암제나 리보세라닙으로 더 친숙하다. 리보세라닙은 에이치엘비의 자회사 엘레바가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로, 암 조직의 신생혈관 성장을 억제하고 암세포의 증식 억제와 면역세포의 정상화를 통해 암을 치료한다.
회사의 주요 매출에선 아직 구명정 복합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에이치엘비는 최근 인수합병(M&A)을 통해 제약바이오 사업을 본격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만 2건의 M&A를 마무리지었다. 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인 이뮤노믹 지분 51%를 확보해 자회사 편입을 완료했고, 최근엔 관계사인 에이엘비생명과학을 통해 메디포럼제약사의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2009년 리보세라닙을 개발하던 엘레바를 인수하며 소규모로 시작했던 제약바이오 사업이 몸집을 확대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연결고리를 완성했다는 평이다.
리보세라닙은 중국의 항서제약과 임상3상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신약허가 신청 전 회의(Pre-NDA) 절차를 마쳤다고 공시한 바 있다. Pre-NDA가 FDA 사전 예비 등록 시스템인 만큼 어느정도 신약이 실체를 갖춰가고 있다고 보여진다.
최근 유럽종약학회에서 리보세라닙은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고 모두 FDA에 승인되면서 검증을 완료했다. 실제로 블랙독 뱅가드 등 미국의 수천조대 자산운용사도 에이치엘비 지분 일정량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 또한 국내 식약처에서 임상3상을 통과한 바 있다.
안정적인 로열티 수익으로 현금 창출구도 확보됐다. 에이치엘비는 라보세라닙 원개발자 폴첸연구소로부터 특허 로열티를 인수했다. 이로써 중국의 항서제약 등 향후 전세계에서 생기는 라보세라닙 관련 매출에 대해 로열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원 개발자 폴첸연구소는 에이치엘비 주식을 양도하는 조건으로 로열티권 넘겼다.
무조건적인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 제약바이오의 특징이지만, 셀트리온 또한 4만원대에서 장기간 횡보를 거듭하다 신약개발 성공과 함께 주가가 20만원까지 뛰었다. 폴첸이 현금 대신 에이치엘비 주식을 양도받길 선택했다는 점 역시 앞으로의 에이치엘비 주가에 주목하게 한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김민준 주식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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