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에너지회사 아람코가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관련해 비공식적으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인해 자회사인 에쓰오일의 수익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거론됩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아람코 석유 시설 노스 제다 벌크 공장.(사진=뉴시스)
2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아람코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산업통상부 고위 관계자에게 제도 운영과 관련한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에쓰오일도 최근 내부 확인 등을 통해 아람코 측의 문제 제기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람코는 에쓰오일의 모회사로, 업계에서는 최고가격제가 에쓰오일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문제 제기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에쓰오일을 포함한 정유업계는 판매가격 제한에 따른 수익성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아람코가 에쓰오일의 모회사인 만큼 이 같은 영향을 우려해 정부에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정부와 정유업계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손실보전 범위에 대해 협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산업통상부는 이달 중 석유 최고가격제와 관련한 손실보전 기준을 담은 고시를 제정하고 정산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입니다. 정부는 정유 4사(HD현대오일뱅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로부터 유가와 운송비, 공정 운영비 등 원가 산정 자료를 제출받았으며, 이를 토대로 손실보전 기준을 확정한다는 방침입니다.
문제는 손실 인정 범위입니다. 업계에서는 보상 기준을 더 넓게 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휘발유·경유를 해외에 정상적으로 판매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수익과 실제 내수 판매 수익의 차액, 즉 기회비용까지 손실보전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업계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발생한 손실 규모가 4조~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반면 정부는 가격 통제로 직접 발생한 원가 부담을 중심으로 보상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정에 기댄 기회이익까지 세금으로 보전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으로, 현재 편성한 예비비 4조2000억원 안에서 감당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에너지기업 아람코 로고.(사진=아람코 홈페이지)
앞서 정부는 전쟁 종료, 호르무즈 해협 개방, 국제유가 배럴당 90달러 이하 등을 최고가격제 종료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란 종전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60달러 후반대로 내려서며 전쟁 이전 수준으로 안정됐음에도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최고가격제를 유지하고 가격 상한을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최고가격은 지난 3월27일 2차 고시 당시 결정된 리터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약 3개월째 유지되고 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7차 석유 최고가격과 관련해 “현행 수준에서 인하하되, 석유류 소비자 가격이 안정화할 때까지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의 실적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 비싼 가격에 들여온 원재료가 투입되는 시점에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이른바 ‘역래깅’ 부담에 더해 최고가격 인하 압박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아람코로부터 석유 최고가격제와 관련한 항의를 받았냐는 질문에 대해 산업부 복수 관계자들은 “아람코 측으로부터 석유 최고가격제와 관련한 항의를 받은 바 없다”며 “최근 사우디 측과 에너지 분야 협의를 진행했지만 해당 사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없었고, 관련 내용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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