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정부가 강제노동을 금지하며 노조의 자유로운 구성을 보장하는 내용 등을 담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재추진한다. K-방역 등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한국의 국격에 맞는 노동 환경을 마련해 한·유럽연합 등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과정의 잠재적 통상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7일 청와대에서 제34차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ILO 핵심협약 비준안 3건'을 심의·의결했다.
ILO 핵심협약은 국제노동기구가 채택한 기본적 노동권의 보장과 관련한 국제규범으로 총 8개 중 한국이 아직 비준하지 않은 것은 4개다. ILO 핵심협약 비준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 동의를 받아야 효력이 발생된다.
정부는 지난해 5월 ILO 핵심협약 비준절차에 착수한 이후 지난 20대 국회에서 ‘법률 개정안’과 ‘비준동의안’을 제출했었다. 하지만 노사간 워낙 입장 차이가 큰데다, 여야간 입장도 달라 심의도 못한 채 자동폐기 된 바 있다.
정부는 이날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제87호)과 단결권·단체교섭 협약(제98호), 강제노동 금지 협약(제29호) 3개 협약의 비준안을 상정했다.
87호는 노사의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단체 설립·가입·활동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98호에 따라서는 노사는 자유로운 교섭을 보장해야 하며 노조활동에 대해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 허용' 등을 반영한 노동 관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29호는 모든 형태의 강제 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4급 보충역 대상자에게 복무 선택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병역법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 의결 이후 국회에 제출됐다.
고용노동부 ILO 핵심협약 관련 법 개악 발표에 대한 민주노총 긴급 규탄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해 7월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정치적 견해 표명, 파업참가 등에 대한 처벌로 강제노동 부과를 금지하는 내용의 강제노동철폐(제105호)는 국내법과 상충돼 향후 추가 검토가 필요해 비준을 미뤘다.
특히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도 연관돼 있는 만큼 21대 국회에서만큼은 비준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 30일 열린 한·EU 정상회담에서 EU 정상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유럽연합(EU)의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ILO 가입한 187개국 중 146개국, 약 80% 정도가 8개 핵심협약 전체를 비준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당시부터 최근까지 국제사회에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해온 바 있지만 24년간 제자리걸음 중이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케이(K) 방역으로 높아진 우리나라 국격을 고려할 때 ILO 핵심협약 비준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자 선진국이 이행해야 할 당위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ILO 핵심협약은 단순히 노동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어 만약 비준되지 않을 경우 EU 측의 다양한 비무역적 조치와 같은 압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즉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의 생존권을 보호하며 잠재적 통상 위험을 해소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 차관은 "ILO 핵심협약 비준은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해야 하고 가급적 올해 중으로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 논의과정에서 노사 등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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