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스타트업계의 숙원 사업이었던 기업주도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가 21대 국회에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힘을 받지 못하고 폐기됐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CVC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지지하고 나서면서 급물살을 타는 형국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업주도 벤처캐피탈 CVC 활성화 토론회'에 참석해 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경제를 살리고 벤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1일 '벤처캐피탈 CVC 활성화'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국난극복위원회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정부 정책 자금 중심으로 창업을 지원하다보니 투자가 보수적이라고 설명하며 우리나라는 벤처캐피탈이 부족해 벤처기업 생태계를 만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2018년부터 관련자들 간에는 (CVC 규제 완화에 대해) 충분히 논의가 됐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위기가 전 세계에서 동시에 오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5월 29일 정부가 하반기 경제 운영 방향을 발표하면서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이야기했으니 (CVC 규제 완화에 대한) 결론을 빨리 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은 "CVC는 대단히 논쟁적인 변화다"며 "벤처투자는 활성화하면서 금산분리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문제로 귀착이 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코로나19 사태에서 스타트업 활성화와 벤처기업 육성에 대한 필요성이 더 높다"며 "금산분리 원칙의 취지는 살리면서 투자는 활성화 할 수 있는, 좋은 출구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제가 정책위의장을 할 때도 다룬 이슈였는데 그때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며 "코로나19로 언택트 산업이 발달하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니 경제 활력을 불어 넣는 방향으로 마무리해 보겠다"고 했다.
발제와 토론에서도 같은 의견이 이어졌다. 이날 발제를 밭은 김도현 국민대 교수는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기업과 벤처캐피털의 특성, 전략적 관점의 조화가 필요한데 기업 투자는 포트폴리오 투자·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다"며 "투명성을 보장하고 보고·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재계와 스타트업계도 CVC 규제 완화를 바라고 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규모 펀드가 만들어져야 하고 인수·합병(M&A)이 많아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이를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며 "배달의민족도 사실 국내에 5조짜리 기업을 사 줄 수 있는 구조가 없어서 해외에서 엑시트를 한 것이다"고 토로하며 스타트업계가 대기업 투자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도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발전하면서 기술 변화, 시장 변화가 굉장히 급격히 변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연구·개발(R&D)로는 신산업 진출에 한계에 도달했다"며 "포브스 500 기업 중 52.4%가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있고, 이 중 62.6%가 CVC를 이용하고 있는 등 외국은 CVC를 이용한 인수·합병(M&A)으로 신산업 진출을 한다"고 설명했다. 유 상무는 "국내 지주회사는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가 금지된) 현재 구도에서는 해외 글로벌 기업과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CVC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승규 공정거래위원회 지주회사과 과장은 "공정위는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으로 벤처지주회사를 제시한 바가 있다"며 "CJ, 코오롱, 롯데 등이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CVC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CVC 소유 금지가 투자를 완전히 막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이 과장은 "투자는 불확실성이 가득하므로 총수 일가 자녀들이 보유한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 어떤 부당한 지원을 할 가능성도 높다"며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 꼬집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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