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송현동 부지 수의계약, 대한항공 절벽으로 끌고 가 미는 격이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11일 오전 10시30분 서울시 중구 소재 서울시청사 앞에서 송현동 부지 자유경쟁 매각 입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송현동 부지 매각은 단순히 수익을 얻기 위함이 아닌 고용안정을 위한 회사의 몸부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노조는 "코로나19로 국내 근무하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70% 넘는 수준의 휴업을 진행하며 위기 탈출을 위한 생존 투쟁에 나서고 있다"며 "송현동 부지 매각은 자산 확충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며 직원들도 (매각을 통해) 생존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는 이 부지를 공원화하겠다고 발표하고 시세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하는가 하면, 그 대금조차 2년을 나눠 지불하겠다고 한다"며 "대한항공 2만여 노동자가 뼈를 깎는 고통으로 생존권을 사수하는 모습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송현동 부지 매각에 차질이 생기며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 매각설까지 돈다며 서울시가 직원들의 고용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대한항공 노조가 11일 오전 서울시청사 앞에서 송현동 부지 서울시 수의계약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지영 기자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는 3만6642㎡ 크기로 서울광장 3배 규모에 달한다. 위치 또한 경복궁 옆에 있어 이른바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대한한공은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이 땅을 매입해 호텔 건립을 추진했으나 주변에 학교가 있어 무산된 뒤 공터로 남겼다. 이후 항공업황 악화로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이 땅을 매각한다고 나섰는데 서울시의 개입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이 땅의 시세는 5000억원가량으로, 대한항공은 송현동 매각을 통해 올해 안에 5000억원 이상의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가 보상비로 4671억3300만원을 책정하고 이를 2022년까지 나눠 지급하겠다고 밝히며 연내 5000억원 마련은 어려워졌다.
특히 시는 올해는 보상비를 지급하지 않고 2021년 467억원, 2022년 4204억원을 준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가 대한항공 소유 땅의 가격을 제맘대로 책정하고 보상비 지급도 막무가내식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보상비 액수나 나눠 지급하는 방식 모두 확정된 게 아니다"라며 "매입가는 감정평가 후 확정하는 것으로 대한항공에 협의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송현동 부지는 원래 시민 것으로, 지역주민과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용도로 쓰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인근 주민들은 대기업이 개발해 땅값만 올리는 것보다 공원을 조성해 시민들의 쉼터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은 전날 송현동 부지 예비 입찰을 마감했으나 입찰에 참여한 매수자는 없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가져갈 가능성이 커졌다. 강성수 대한항공 노조 정책국장은 "당초 15여개 기업이 관심이 있다고 파악했는데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으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며 "서울시가 공권력을 남용해 민간 기업 사업 추진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소유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전경. 사진/서울시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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