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구관이 명관…속속 재등장하는 인기 IP
카트라이더·뮤·A3 등 신작, 원작 인기 등에 업고 승승장구
비용 낮고 성공확률은 커…장기화시 게임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 우려도
2020-06-03 15:42:53 2020-06-03 15:42:53
3일 기준 구글 플레이 매출 10위권 게임. 사진/게볼루션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뮤 아크엔젤 등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신작 게임이 구글 플레이 및 애플 스토어 매출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인기 IP에 기반한 신작은 새로운 IP 개발 비용도 들지 않는 데다 원작 게임 팬들을 끌어모으기 쉬워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기존 IP의 반복적인 이용이 게임 산업 성장을 막아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일 모바일 게임 순위 분석 사이트 게볼루션에 따르면 구글 플레이 매출 10위 안에 이름 올린 게임 중 6개 게임이 리니지2M, 뮤 아크엔젤 등 PC 온라인 게임 원작이 있는 작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게임 중 올해 출시된 게임은 4개인데, 이 중 인기 IP를 바탕으로 한 게임은 웹젠의 뮤 아크엔젤, 넥슨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넷마블의 A3: 스틸얼라이브 3개다. 이들이 신작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원작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즐기고 있는 30대 직장인 A씨는 "노르테유 같은 PC 카트라이더의 인기 맵이 잘 구현돼있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며 "카트라이더에 대한 추억으로 시작했지만 게임 자체 완성도가 높아 계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출시 예정작들도 인기 IP를 기반으로 개발된 게임이 많다. 지난달 말 얼리 액세스를 시작한 펄어비스의 섀도우 아레나는 검은 사막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오는 6월 말 출시를 앞둔 선데이토즈의 애니팡4와 하반기 출시 준비 중인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4도 인기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업계는 최근의 이런 인기 IP 활용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시리즈의 성공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리니지M이 PC 리니지 유저를 흡수하는 데 성공하면서 여러 게임사가 기존에 갖고 있던 인기 IP를 모바일에 이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리니지M 시리즈의 성공이 게임사들에게 큰 교훈을 줬다"며 "비용은 줄이고 성공 확률은 높이기 위해서 인기 IP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런 경향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 IP를 반복해서 이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게임계에 새 인기 IP가 등장하지 않은 지 오래된 데다, 이런 기조가 지속되면 산업 전반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기 어렵다. 
 
이승원 넷마블 대표는 지난 2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게임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최근 2~3년간 추이를 보면 예전에 비해 새로운 시도나 잠재력을 느낄 수 있는 시도가 줄었다"며 "기업 규모와 관계 없이 안전한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 학회장은 "이대로 한 IP에서 뽑아먹을 수 있는 것만 모두 뽑아 먹고 버리는 일이 반복되면 게임 산업이 서서히 무너지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12일 서비스를 시작한 넥슨의 모바일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사진/넥슨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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