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검찰과 종합편성채널 채널A 기자간 유착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이 감찰 의사를 밝혔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안을 두고 여러 추측들이 나오지만, 윤 총장과 한동수 대검 감찰본부장 사이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8일 대검 관계자들 말을 종합해보면, 한 본부장은 전날인 7일 휴가 중인 윤 총장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를 통해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해 '감찰하겠다'고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총장은 지휘계통상 참모를 통해 '녹음파일, 녹취록 전문 등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이 먼저'라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수(오른쪽) 대검 감찰부장. 사진/뉴시스, 그래픽/뉴스토마토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한 본부장이 왜 휴가 중인 윤 총장에게 굳이 '휴대전화 메시지'로 '감찰을 개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느냐는 것이다. 여러 검찰 관계자들은 "대검 감찰은 총장의 승인이 있어야 개시할 수 있고, 그 승인은 대면보고나 문서를 통해 진행되는 것이 절차상 맞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다음날(9일)까지 휴가 중이다.
이번 의혹은 현재 대검과 법무부 차원에서의 사실관계 파악이 진행 중이다. 대검은 지난 2일 MBC와 채널A 측에 해당 기자와 검사장 두 사람의 녹음파일이나 촬영물 등 관련자료 제출해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6일이 지난 지금까지 전혀 진전이 없다.
이런 가운데 전날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해당 기자와 검사장을 협박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감찰과 수사는 별개이기 때문에 수사가 먼저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한 본부장이 먼저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가 진행되면 감찰이 제한되고, 이 과정에서 비위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들이 오염될 우려가 있다. 결국 감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한 본부장이 먼저 치고 나오면서 법무부 감찰이 직접 발동할 여지도 생겼다. 법무부 감찰규정과 대검찰청 감찰위원회 운영 규정을 종합해보면, 검사 비위에 관한 1차 감찰권은 대검 감찰부에 있다. 그러나 법무부 감찰규정 5조의 2는 검찰에서 자체 감찰을 수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 또는 검찰에서 법무부의 감찰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법무부가 직접 검사의 비위 의혹을 감찰할 수 있다.
법무부장관이 검찰의 자체 감찰로는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도 법무부 감찰을 직접 움직일 수 있다. 같은 조 3호는 이에 대한 전제 요건으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감찰 사건 △검찰의 자체 감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신속하게 수행되지 않는 경우 △은폐 의도로 보고가 이뤄지지 않는 사건 등을 정하고 있다.
윤 총장이 한 본부장의 감찰개시 의견 보고를 받고 사실상 반대한 지금의 상황은 '법무부 직접 감찰'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선을 분명히 그은 만큼 당장의 감찰 개시는 없겠지만, 감찰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내부 목소리가 비등해질 전망이다.
대검 관계자는 윤 총장의 구체적 지시와 한 부장의 입장에 대해 "감찰, 진상 조사 진행 상황, 진행 경과는 확인해 드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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