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홍글씨', 과거 '피해아동 사진'까지 유포
자경단 '중앙정보부'는 가해자에게 "성의 보여라" 거래 시도
2020-03-29 18:57:55 2020-03-30 19:11:3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터지면서 일명 '텔레그램 자경단'으로 상대적 조명을 받고 있는 '주홍글씨'가 피해자들과 일반 시민들에 대한 명예훼손 시비에 휘말렸다. 이른바 '사적 응징', '교육' 목적으로 가해자 개인신상 정보를 공개하면서 과거 'n번방' 피해자들과 제3자들이 찍힌 사진 등을 함께 유포하면서다.
 
일명 '텔레그램 자경단' 주홍글씨가 지난 디지털성범죄 가해자 사진이라며 단체 대화방에 올린 사진. 가해자 추정자와 함께 다수의 일반 시민들 얼굴도 함께 공개됐다. 사진/'주홍글씨' 단체 대화방 캡처, 화면처리/뉴스토마토
 
29일 '주홍글씨'가 텔레그램 채널에 공개한 사진, 동영상, 공유링크 등 자료 중에는 사진 자료만도 1700개가 넘는데, 이 가운데 가해자로 추정되는 사람과 일반인이 함께 나와 있는 사진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피해자로 보이는 어린아이 사진까지 나와 있다. 
 
텔레그램 내 '주홍글씨' 채널 활동은 지난해 7월부터였으나. 자경단 활동을 자처하면서 최근 다시 채널을 연 때는 지난 22일이다. 주홍글씨는 이번에 문제가 된 'n번방'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면서 "텔레그램 강력범죄에 대한 신상공개 및 범죄자의 경찰 검거를 돕기 위함"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피해자 사진이나 가해자와는 관계 없는 일반시민 사진 등을 공개하는 것은 법적으로 명백한 명예훼손이다. 특히 과거 아동피해자의 사진을 다시 공개하는 것은 심각한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지적이다.
 
'주홍글씨'와 같은 취지로 만들었다는 일부 자칭 '자경단 채널' 중에는 '공익적 신상공개'라는 목적과는 달리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가해자들로부터 돈을 뜯는 사례도 확인됐다. 
 
텔레그램 자경단 '중앙정보부'는 "텔레그램이라는 음지속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양지에 존재하는 다수의 지능충 페도충 등등 여러 성범죄자들을 음지로 끌고와 갱생시켜 다시 양지로 돌려 보낸다"고 선언하며, 조주빈 구속과 함께 활동을 시작한 채널이다. 군사정권의 폭정 맨 앞에 섰던 1980년대 중앙정보부 이름을 그대로 딴 채널이다.
 
그러나 '중앙정보부'는 최근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에게 접근했다가 문제가 되자 방을 폐쇄하고 잠적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관 출신 형사전문 변호사는 "자경단 활동이 검경 수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최소한 이것이 지금의 또 다른 성범죄 등에 대한 면죄부나 과거에 있었을지 모를 유사범죄의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미성년자 관련 자료는 자칫 소지나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범죄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형사전문 변호사는 "'자경단'이라는 개념은 헌법적으로 기능해야 할 공권력이 제 기능을 못 할 때를 전제한다고 하더라도, 대규모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지금의 현실과는 전혀 대입될 수 없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이 부분에 대한 검토 계획은 없지만 문제 제기가 계속될 경우에는 살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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