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닫히며 운항이 중단되는 노선이 속출하는 가운데 일부 항공사가 환불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22일 여행·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이 불어나자 베트남항공은 최근 갑작스레 환불 신청 접수를 오는 6월 15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국적 항공사 에어아스타나와 에어프랑스, KLM네덜란드항공도 일방적으로 환불을 중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이들 회사는 시스템 문제로 인한 일시적인 오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앞서 베트남항공이 일방적으로 환불을 중단했고, 항공사들의 수수료 면제 지침도 계속해서 바뀌면서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발 답변 좀"…불안한 승객들
일부 항공사들이 환불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항공권을 산 승객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포털사이트 여행 카페에 우려의 글을 쏟아내고 있다. 한 소비자는 여행 카페를 통해 "에미레이트항공을 통해 취소 요청을 했는데 갑자기 항공사 지침이 변경됐다면서 수수료 면제가 안 된다고 했다"며 "지침이 더 불리해질까봐 수수료를 물더라도 지금 취소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환불 요청이 빗발치자 항공사 일손이 모자라면서 환불 문의에 대한 답변도 늦어지고 있다. 또 다른 소비자는 "환불을 문의하려고 루프트한자에 메일을 보냈는데 사무실로 전화 달라는 답장만 오고 아무런 조치도, 답장도 없다"며 "사무실에 전화했는데 몇 시간씩 연결이 안 됐다"고 말했다. 여행사의 늑장 대처로 무료 환불 시기가 지나 환불 수수료를 문 사례도 있다.
항공사 홈페이지나 SNS에도 전 세계 고객들의 환불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에어프랑스가 운영하는 SNS에는 환불 문의나 이미 한 문의에 대해 답변을 해달라는 전 세계 고객의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일부 항공사들이 환불을 일방적으로 막으면서 소비자 문의가 더 많아졌다"며 "내가 산 항공권도 환불이 중단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사진/뉴시스
"환불할 돈도 없다"…각종 수수료 면제로 승객 잡기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며 운영이 마비되자 항공사들은 환불 대신 무료로 예약을 바꿀 수 있도록 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환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각종 '당근책'을 제시하며 승객 잡기에 나선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8일 이후 출발하는 국제선 항공권을 대상으로 다음달 30일까지 예약 변경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유효기간 내로 일정을 바꿔야 하며 1회로 제한한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달 10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발권하는 국제선 항공권에 대해 환불 위약금과 여정 변경 수수료를 1회 면제한다. 제주항공도 10월 25일까지 출발하는 모든 항공권의 취소 위약금과 변경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중동의 카타르항공은 6월 30일까지 출발하는 모든 항공권에 대해 날짜 변경 수수료를 면제한다. 환불 대신 1년 동안 유효한 여행 바우처로 교환할 수도 있다. 에미레이트 항공도 오는 31일까지 전 노선의 일정 변경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유럽 루프트한자, 스위스항공, 오스트리아항공, 브뤼셀항공도 예약 변경에 대한 수수료를 일정 기간 면제하며 환불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한편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1월 23일부터 2월 4일까지 국적사들의 항공권 환불액은 3000억원에 달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하면 세계 항공사의 연간 매출이 1130억달러(한화 약 140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01년 9·11 테러 때보다 약 5배 큰 손실 규모다.
일각에선 대부분의 항공사가 두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파산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항공사 동맹체인 스카이팀, 스타얼라이언스, 원월드는 여객 수요가 급감하자 공동 성명을 내고 각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지원을 받더라도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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