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전통적 약세 지역인 광주와 전남, 전북 등을 포함한 호남 지역에 단 한 명의 예비후보만 등록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남을 넘어선 수권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한국당은 전국정당화 전략을 마련하는데 고심에 빠졌다.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1대 지역구 국회의원 출마 예비후보자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당의 예비후보자 총 435명 중 호남 지역 전체를 통틀어 광주에 한 명의 예비후보만 등록한 상태다. 전북과 전남에는 단 한명의 예비후보도 내지 못했다. 한국당은 호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경우 서울 88명, 경기 96명, 인천 20명 등 수도권 지역에 가장 많은 예비후보를 냈고, 대구·경북에 76명, 부산·경남에 80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전체적으로 수도권과 영남 지역에 예비후보가 집중됐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서울에서 제주까지 고루 예비후보 등록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당의 상황과 더욱 대비된다. 민주당은 총 예비후보자가 411명으로, 한국당 보다는 적지만 역대 선거에서 험지로 꼽히는 대구·경북에 26명의 예비후보를 내는 등 전국정당으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의당도 총 예비후보 47명 가운데 충북을 제외하고는 전국에 걸쳐 1명 이상의 예비후보를 등록했다. 원외정당으로서는 유일하게 국가혁명배당금당이 전국에 예비후보를 냈다.
2016년 총선에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호남 지역의 본선 후보로 모두 26명이 출사표를 던진 것과 비교해 봐도 큰 차이를 보인다. 당시 새누리당은 광주에 7명, 전북에 9명, 전남에 10명의 후보를 냈다. 광주와 전북에서 각각 1곳의 후보를 내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호남 지역에 후보를 낸 셈이다. 여기에 지금은 당적을 달리하고 있지만 전북 전주을의 정운천 의원(현 새로운보수당)과 전남 순천의 이정현 의원(현 무소속) 등 호남 지역에서 당선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한국당 호남 인물난의 원인은 우선 경제적인 부담 때문이다. 호남 지역은 한국당에게 대표적인 약세 지역으로 꼽힌다. 선거비용을 보전 받을 수 있는 유의미한 득표를 확보하기 어렵다. 현재 선거비용 전액 보전을 위한 득표율 기준을 15%로 두고 있고, 10~15%의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절반을 보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각 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당의 호남 지역 지지율은 보통 10%로 조사되고 있다.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고 선거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출마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 전북도당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호남에서 예비후보 등록이 저조한 것은) 경제적인 부담이 가장 크다"며 "여당일 때는 표를 많이 못 얻어도 어떤 식으로든 자리 보상을 하는 가능성이라도 있었는데 야당일 때는 그런 부분이 없다. 그러다 보니 말 그대로 순수하게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고 헌신하는 것이어서 출마하는 게 쉽지 않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의 무관심도 한 몫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황교안 대표는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수도권까지 신년인사회 일정에 참석했지만 호남 지역은 방문 일정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당시 당 내부에서는 황 대표가 호남 지역을 방문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정무적 판단 부족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황 대표는 다음달 초에 호남 지역 방문 일정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에선 현재 이런 흐름이라면 호남 지역에서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호남 지역 시도당에서는 총선 후보자를 확보하기 위해 전직 당협위원장과 지역 당직자를 중심으로 총선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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