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의 배경은 자율주행 자동차가 질주하는 미래 도시다. 누명을 쓰고 추격자들로부터 도망 치는 존 앤더튼(톰 크루즈)은 운전할 틈이 없지만, 자동차는 스스로 도로 위를 질주한다. 존이 허공에 손가락을 움직여 컴퓨터 속 이미지와 데이터 등을 불러오는 컷은 이 영화를 상징하는 명장면 가운데 하나다. 모두 4차산업 혁명 기술의 예시들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폐막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 주요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문득 강산이 두 번 변하기 전 개봉했을 이 영화가 떠올랐다.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소재로 그저 머나먼 이야기일 것으로만 생각했던 자율주행차, 플라잉 카, 미래 도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전문전장기업 하만과 공동개발한 5G 기반의 '디지털 콕핏'은 특히 눈길이 가는 자동차였다. 디지털 콕핏은 총 8개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개인 태블릿, 휴대전화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직접 확인한 안을 보면 탑승자의 얼굴을 자동 인식해 개인별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고 주행 정보를 알려준다. 세계 최초로 5G 기술을 적용한 차량용 통신 장비(TCU)는 더 놀라웠다. 이 기술만 있으면 앞으로 탑승자는 주행 중에도 화상 회의나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다양한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현대차가 미래도시 구현을 위한 새로운 모빌리티 비전으로 제시한 '도심형 항공기'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현대차가 보는 미래도시는 도심 내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새로운 커뮤니티를 창출하는 역동적인 공간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자동차는 이제 더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 도심 곳곳의 모빌리티 환승 거점인 '허브'를 통해 도심형 항공기와 지상 이동수단이 유기적으로 연계된다면 또 다른 '하늘길'이 열리게 된다.
수직 이착륙할 수 있는 에어택시를 내놓은 미국 헬리콥터 제조업체 '벨'을 비롯해 인공지능(AI)과 얼굴인식 기술을 내놓은 소니, AR·VR·사물인터넷(IoT) 환경 구축에 필수적인 CMOS 이미지센서를 전시한 SK하이닉스 등도 주목할 만했다.
최근 산업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기업에 변화는 필수요건이 됐고 미래 4차산업 선진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올해에도 계속됐다. 변혁의 물결 속에 CES는 1년 먹거리를 책임지는 단순 전시장 아니라 10년, 20년, 더 나아가 각 회사의 미래를 미리 내다보는 혁신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기업들의 물러설 수 없는 '4차산업 기술 전쟁'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자 현실이 됐다.
김광연 산업1부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