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창업법인 1/5 역삼 일대, 창동·상계 산업불모지”
6대 신산업 거점계획 조정필요, 양재·개포·G밸리 융복합 지원
2019-11-04 14:47:28 2019-11-04 15:06:53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 창업법인이 특정지역에 쏠림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동·상계지역은 산업불모지에 해당해 바이오·의료산업 거점으로 육성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4일 서울연구원의 정책리포트 ‘서울시 법인 창업의 입지 분포와 정책방향’을 살펴보면 서울지역 행정동 424개 중 특정 지역에 법인 창업 집적지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역삼 일대에 특히 심해 역삼1동과 인접 행정동에 높은 창업활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의 집적지가 형성됐다.
 
서울시 창업 법인 중 약 19%가 역삼1동 및 인접 지역에 초집중된 상태다. 2016~2017년 창업법인 6만2693개 중 4305개 법인이 역삼1동에 위치했다. 서울 창업법인의 7%에 해당하는 수치다. 역삼1동과 인접한 대치2동, 논현2동, 삼성2동, 논현1동, 삼성1동, 역삼2동, 청담동에도 서울시 전체의 약 12%에 해당하는 7504개의 창업 법인이 입지했다. 
 
특정 업종이 아닌 다양한 업종이 기존 산업기반과 관계없이 생겨나는 것이 특징이다. 도소매, 숙박·음식점, 출판·영상·ICT, 부동산임대업, 교육서비스업 등은 이미 특화산업 단계, IT융합, 비즈니스서비스, 콘텐츠, 디자인패션, 관광·MICE, 바이오메디컬도 유망하다.
 
‘전통의 강자’ G밸리를 보유한 가산동과 구로3동도 기존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높은 창업 활력을 보이고 있다. G밸리로 대표되는 가산동과 구로3동도 2개 행정동에 서울시 전체의 약 7%에 해당하는 창업 법인이 집적됐다. 가산동은 2450개, 구로3동은 1868개의 창업 법인이 입지하고 있다.
 
출판·영상·ICT, 과학기술서비스 등이 특화산업, IT융합, 콘텐츠, 바이오메디컬, 녹색산업, 귀금속, 기계금속 등이 유망산업이다. 강남 도심지의 집적지와 달리 인접 행정동으로의 확대보다는 기존 집적지에 한정돼 산업 집적을 강화하는 경향이다.
 
다른 지역은 지역별로 지역산업을 보유한 모습이다. 최소 1개 이상의 소수 업종을 중심으로 산업 거점이 형성됐으며, 소수 업종임에도 창업으로 새로운 수혈이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서교동은 출판·영상 및 오디오 관련 산업, 금융·산업은 여의도, 방송·영상 관련은 상암동, 관광 및 MICE 산업은 명동과 종로가 해당한다.
 
일부 지역의 도심제조업은 기존 집적지를 중심으로 창업 활력이 여전히 높지만, 법인 창업 증감률을 보면 창업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도심제조업은 향후에도 성장가능성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류·가죽·봉제는 성수동 일대, 귀금속은 종로 일대, 인쇄는 필동 등 을지로 일대, 기계는 구로·문래동 등 서남권 일대가 해당한다. 업종별 고유 집적지가 형성되어 있지만, 산업 거점으로서의 역할은 차츰 약해지는 추세다.
 
산업 기반이 약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창업은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역도 있다. 자동차 및 부품 판매업에 양재2동, 세곡동, 가양1동, 등촌3동, 신월3동이 해당되고, 최근 법조타운이 들어선 문정동은 건설업과 출판·영상·방송통신업, 부동산업, 서비스업에서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 문래동은 방송업, 신정4동과 목1동은 통신업, 공항동과 방화3동은 수상 운송업에서 창업이 강세다.
 
연구진은 서울에 그 외 나머지 지역은 산업 불모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지역에 창업지원시설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판단과 전략 동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동북권과 서북권의 대다수 행정동이 해당하며 지역의 자원과 역량을 파악하여 산업 정책을 수립해 나갈 것을 권장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6대 신산업 거점계획을 일부 조정·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재·개포와 G밸리는 업종이 아닌 성장단계별 지원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업종별 지원이 아닌 4차산업혁명에 걸맞은 융복합 육성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양재·개포와 G밸리는 다양한 업종들이 산업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성장단계별 지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창동·상계의 바이오의료산업 거점계획은 일부 재고할 필요가 있다. 홍릉은 바이오의료산업 거점으로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지역 자원이 미미한 창동·상계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판단이다. 홍릉 인근에는 고려대, 경희대, 가톨릭대 등이 있고, 고려대학교 병원, 경희대학교 병원 등의 지역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의료 산업 분야의 창업 기업들에게 대학병원은 실험을 하거나 장비를 테스트할 매우 중요한 요소다. 반면, 산업불모지에 해당하는 창동·상계 지역은 바이오메디컬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지역 자원이 미미해 바이오산업의 거점으로 적절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재고할 필요가 있다.
 
청년창업 지원 사업인 상상 스타트업 캠프 3기 참가자들이 강남구 역삼동 소재 복합문화공간 ‘잼투고’에서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KT&G
서울시 창업법인의 창업 집적지 특성. 사진/서울연구원
강남 도심지와 G밸리의 창업 현황. 사진/서울연구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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