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10월 경제위기설'…한일 갈등, 외교적 해법 마련될까
문 대통령 광복절 메시지로 '훈풍'…21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 가능성
2019-08-19 06:00:00 2019-08-19 06:00:00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두 달여 동안 악화일로로 치닫던 한일 갈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절제된 광복절 경축사 메시지를 기점으로 반전의 계기를 찾게 됐다. 여기에 '일본 경제 10월 위기설' 등이 제기되면서 한일 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어린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반일 메시지를 자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린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며 협상의 문을 열어뒀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일관되게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원칙을 지속해왔고 여러 대화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일본의 자세에 변화가 있다면 외교적 해결의 장은 더 크게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일본 측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양새다.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문 대통령의 언급은) 한때의 발언과 비교하면 매우 온건해진 것 같다"며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비롯해 한일과 한미일의 방위협력이 중요한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연대할 사안에 대해서는 확실히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문 대통령이 국제법 위반 상황(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시정할 리더십을 취해주길 바란다"면서도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비롯해 외교 당국 간 상당히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 앞으로도 확실하게 (접촉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외교무례 수준으로 한국 측과의 대화를 피해왔던 기존 태도에서 물러선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기류변화는 문 대통령의 유화 메시지와 함께 한일 갈등의 후폭풍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일본경제 10월 위기설'이다.
 
최근 미중 무역 전쟁이 확전되고 세계경제의 불안이 커지면서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엔고현상'은 막대한 돈을 풀어 엔화 가치 상승을 막아 수출을 늘리고 정부 재정투자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아베노믹스'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일본경제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국 수출규제도 자충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요 고객이었던 한국 기업들의 '탈일본'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한국 국민들의 일본 관광·불매 운동이 전개되면서 일본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일 여행절벽의 경제적 피해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관광 불매운동 여파로 내년 일본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떨어지며 고용은 9만5785명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IBK투자증권 안소은 연구원도 "(일본 정부는) 우선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한 내수 부양과 엔화 평가절하 유도를 논의하겠지만, 즉각적인 수출 개선을 위해 한국 상대 수출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외에도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전도 일본 측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일본의 수출규제는 자유무역 정신에 반한다"며 여론전에 나선 상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들은 오는 24~26일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앞서 프랑스·영국·독일·이탈리아 등 회원국을 직접 찾아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개막 1년여를 앞둔 2020년 도쿄올림픽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극복하는 장으로 삼고 '부흥 올림픽'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특히 방사능에 오염된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쌀과 식자재 일부를 선수촌에 공급하고 후쿠시마 인근에서 경기도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16일 "도쿄올림픽의 방사능 위험 문제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통해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일부 시민단체나 정치권의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양국 갈등이 심화될 경우 우리 정부가 직접 공론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일 갈등해소를 위한 외교적 해법 모색은 20~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외무상의 만남을 조율 중이다. 당장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양국 이견을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면 더이상의 갈등 악화를 막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2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재연장을 결정하고, 일본정부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시행일인 28일 3대 수출규제 품목의 수출 허가를 내주며 화답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이후 연말 중국에서 개최될 한중일 3국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한일 정상이 만나, 상호 간 백색국가 배제 조치를 철회한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허영구(가운데) 미일제국주의 반대 아시아공동행동(AWC) 한국위원회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전 지구적 핵 재앙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 한일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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