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연 기자] 충남 부여군수가 공식석상에서 ‘빠다’ 등 비속어를 쓰고 기자를 ‘기레기’로 비유하는 등 언론을 폄훼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최근 사회배려계층에 대한 차별 논란이 보도되자 문제의식 대신 ‘엿 먹였다’고 표현키도 했다.
박정현 부여군수의 언론폄훼 발언은 지난 23일 한 지역주간지의 창간식 축사에서 약 20여분 동안 지속됐다.
그는 “팩트 하나를 가지고 그게 마치 전체인양 과장, 왜곡, 조작해 여론을 조작하는 것을 기레기라고 한다”고 운을 뗀 뒤 “기자들은 광고 수주 전쟁을 해야 된다. 그런데 (부여가) 시장형성이 안되다 보니 벌어먹고 살아야 되고, (광고비) 입금시켜야 되니까. 안 그러면 위에서, 본사에서 압박하니까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여기서 언론이 왜곡되기 시작한다. 속된말로 하면은 ‘빠다’쳐야 하니까. 기브엔테이크 해야 한다. 말 안 들으면 나쁜 기사 써댄다. 기자적 양심은 이 때 즈음 되면 사라지고, 남는 것은 감정, 대립, 갈등, 그리고 죽기 살기로 살아남아야 되는 그런 상황까지 전락된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말 잘 들어주면 아무리 나쁜 일이 있어도 보도가 안 되는 것이고, 말 안 들어주면 다 뒤져서, 쓰지 않아도 될 것을 써서 ‘엿 먹여’ 버린다. 이게 지역언론의 현실”이라고 폄훼했다.
그는 부여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선된 최초 군수로 취임 이후 ‘공정’과 ‘정의’ 등 군정기조를 내세우며 ‘수의계약총액제’, ‘농민수당’ 등 기존 보수정당 단체장들과 남다른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최근 다문화가정의 프로그램 간식비 차별과 군수의 다과비용 논란은 부여군의 한 부서에서 일어난 두 가지 사건으로 극명히 비교되면서 질타를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보도할 사안으로 보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날 “전임 때는 아무 소리 안하다가 지금 와서 갑자기 난데없이 때려버리면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자기들 입맛에 안 맞으니까, 길들이려고 그러는 것이다. 그런데 저를 털어도 나올 것 없으니까, 누구를 괴롭히느냐? 저하고 함께 일하는 공직자들 괴롭히는 것이다. 과장, 팀장, 직원들 괴롭히고, 겁주고, 협박하고, 이게 오늘 날 부여지역 언론의 현 주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잘한 것은 기사 안내고 못한 것만 찾아서, 못한 것도 제대로 찾으면 반성이라도 하고 고치면 되겠는데, 조금 잘못한 것을 부풀리고 꼬고, 색깔 덧씌워서 마치 그게 부여의 전체의 잘못된 모습인 것처럼, 이게 대표적으로 일반화의 오류”라고 폄훼했다. 공정과 정의를 표방하며 지역 최초로 당선된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사회배려계층의 차별에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자신의 지방선거 당시 드러난 한 기업의 법인카드 사용 보도와 관련해서도 전임 군수 시절의 문제는 보도되지 않았다면서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무총리실에서 조사를 받던 공무원의 사망사건과 관련해 “지역언론에서 제대로 나갔나? 안 나갔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사안은 파급력 있게 보도된 바 있다.
그는 또 “힘 있는 사람의 측근이 15억원짜리 공사를 45억원으로 부풀려서 한 30억원 해먹으려고 하다가 그 중에 일부를, 법원 판결에 의하면 3억7000만원인가, 3억8000만원인가 받고 징역 3년 살고 나왔다”며 “그런데 언론이 판결 이전 사안이라 피의사실 공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도를 하지 않았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후안무치”라고 비난했다. 충남지방경찰청에서 다룬 사건을 지방청 출입을 하지 않는 기자들에게 쓰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억지논리다.
박 군수는 자신이 정무부지사를 지낸 후인 2014년부터 한 업체의 고문으로 있으면서 월 200만원씩 1년 간 법인카드를 사용했던 문제와 관련해 “근거도 없는 얘기들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다 신문에 깔아버렸다. 그리고 제가 무려 8개월 동안 대전지검 특수부와 논산지청을 왔다갔다하면서 뒤짐을 당했다. 나올 게 없으니까 기소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사건은 지난해 경선후보로부터 고소를 당해 대전지검특수부에 배당됐다가 강경지청으로 즉각 이첩됐다. 검찰은 공직자윤리법과 부패방지법 등의 위반혐의로 보고 있었으나, 이 문제는 법률 개정 이전에 발생했던 일어어서 올해 초 무혐의 처분됐다. 박 군수의 위법사항은 해소됐으나 이 법률 등의 입법취지를 따져볼 때 윤리적 문제에 대해선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그의 언론 폄훼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다른 언론사 관계자들 여기 왔나? 왜 안 왔다고 생각하느냐. 불편한 것이다. 먹고살 것도 없고 찢어먹을 것도 없는데, 또 하나 생겨 불편한 것”이라면서 “잘못하면 대충대충 해오고 겁주고, ‘빠다’치고 자기들 입맛에 맞게 팩트는 1인데, 기사는 10만큼 부풀리고 조작해도 문제가 없던 언론풍토에 이상한 신문이 하나 나와 시장을 교란한다면 입지가 좁아질 것 아니겠느냐”고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나눠먹고 찢어먹고, 원하는 대로 (광고를)줘야 되는데, 박정현이 그렇게 안하니까 아웃시키고 싶은 것”이라며 “먹고 사는 것도 언론의 길도 힘들다는 것 안다. 그래도 거기서 기자의 양심을 놓고 가봐야 푼돈 조금 더 생긴다. 팔자 못 고친다”고 막말을 내뱉었다.
언론의 기사공유를 두고는 “전두환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이 좋은 일들도 많이 했겠지만, 그분들이 근본적으로 비판받는 것은 불법적 무력을 썼기 때문”이라면서 “세상에 제일 나쁜 놈이 글 도둑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남의 글 베낄까봐 무서워 석사논문을 못썼다”고 언론을 군사정권에 빗대기도 했다.
이날 발언은 언론의 열악한 환경을 언급한 뒤, 자신을 공격한 태도에 대해 분노하며 맞서 싸우겠다는 맥락이다. 자칫 언론을 상대로 자본과 권력을 이용해 길들이기 내지는 탄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군수는 때와 장소를 가려서 말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정현 부여군수. 사진/부여군
부여=김종연 기자 kimsto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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