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5세대(5G) 통신 시대를 견인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공정하게 차기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뜻을 내비쳤다.
황 회장은 29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3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혁신적인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기업과기업간거래(B2B) 서비스를 선보여 5G 시대를 견인할 것"이라면서 "5G와 함께 중요 과제가 차기 CEO 선임인데, 이사회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바꿔 CEO 자격에 경영경험을 기업경영경험으로 바꿔 정치인 낙하산을 막고, 내부출신 등용문을 넓히고자 CEO가 사내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복수대표이사제를 도입했다.
황창규 KT 회장이 29일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T
이날 김인회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과 이동면 KT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사장이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 둘은 황 회장의 추천을 받았다. 황 회장이 차기 CEO의 내부 승계의지를 밝힌 만큼 새로 선임된 사내이사는 사실상 차기 CEO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사장은 황창규 KT 회장과 '삼성맨'이란 공통 분모를 안고 있는 인물이다. 1964년생으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등에서 근무했다. KT에는 2014년 영입됐다. 경영기획부문 재무실장, 비서실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인사에서 사장으로 진급해 경영기획부문장으로 이동했다. 이 사장은 1962년생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 한국과학기술원 전기전자공학 석·박사를 거쳐 KT 종합기술원 기술전략실장, 종합기술원 인프라연구소장, 융합기술원장을 지낸 연구개발(R&D) 전문가다. 지난해 인사에서 미래융합사업추진실과 플랫폼사업기획실을 통합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이 신설되면서 융합기술원장이던 이 사장이 부문장으로 이동했다.
이밖에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5개 안건이 상정됐으며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재무제표 승인에 따라 배당금은 전년보다 100원 증가한 1100원으로 확정됐다.
KT 주총장 입구. 비표를 확인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사진/이지은 기자
이날 주총은 41분 만에 마무리됐다. 무탈하게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주총 시작 전부터 주총이 진행되는 내내 KT 채용비리 등에 대해 황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언론의 주총장 출입을 막고, 주주들도 연구개발센터 정문에서 주주확인 등을 거쳐야 입장이 가능토록 하는 등 통제를 강화했지만 고성까지 막지는 못했다. 특히 정문에서는 청년정당 미래당을 비롯해 KT전국민주동지회, KT노동인권센터 등은 황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최근 불거진 KT 채용비리, 정관계 로비설 등에 대한 검경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황 회장이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퇴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 신고에 대비해 경찰 인력도 투입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미래당이 29일 KT 주총장 앞에서 KT 채용리비 게이트 진실을 밝히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지은 기자
주총장 내에서도 고성은 계속됐다. 의사봉을 쥔 황 회장이 주총을 진행했지만 "황 회장 퇴진하라"라는 함성이 주총 시간 내내 울려 퍼졌다. 일부 주주들은 황 회장의 퇴진 의사에 대해 묻기도 했다. 한 주주가 "지난해 통신구 화재로 황 회장이 국회에 불려 나왔고, 황 회장이 20억원을 들여 로비를 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며 "경영비리와 통신대란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주가도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하자 황 회장은 "피해를 본 주주와 고객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화재)복구와 재발방치 대책을 만들고 있으며, 다른 건들은 주총과 무관하고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라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답변을 피했다. 또 다른 주주가 "KT전국민주동지회가 이석채 전임 회장을 비롯해 황 회장과 이사들이 KT에 끼친 손해가 상당해 주주소송에 들어갔다며 KT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황 회장이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황 회장은 "이 자리와 무관한 것은 언급하기 어렵지만 관련 건은 당사 감사위원회에서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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