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교육은 모든 부모들의 관심사다. 미취학 아동의 부모들은 입시뿐만 아니라 각종 예체능 관련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아이들의 적성과 재능을 찾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기회는 한정적이다. 유치원이나 학원에 보내는 것 외에 선택지가 많지 않다. 예체능 관련 강사들도 일할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 직접 학원을 운영할 정도의 자금을 갖추지 못했다면 소규모 학원에 취업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고민을 가진 부모와 강사들이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 것이 사회적기업 '아이들랩'의 교육콘텐츠 플랫폼 '아이고고'다. 박형준(31) 아이들랩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수강하며 아이들랩을 창업했다. 교육가가 안정적인 상황에서 교육을 하면 교육의 질은 자연히 따라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박형준 아이들랩 대표(왼쪽에서 둘째)와 직원들이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카이스트 경영대학의 사회적기업가 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현준 기자
강사에게 일자리, 아이들에게 체험학습 기회 제공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박 대표는 20대 초반부터 과외를 했다. 25살에 교습소를 세웠고 이후 학원까지 인수해 총 10년간 직접 교육을 했다. 대상도 초·중·고 학생들과 대학생, 공무원 시험 준비생까지 다양하다. 유사한 교육 과정을 반복하다가 그의 눈에 띈 것이 4~8세의 어린이 교육 시장이다. 특히 예체능 시장에서 강사들이 갈 곳을 찾기 쉽지 않았다. 석사 출신들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기 어려워 교육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 대표는 이들과 부모들을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껴 지난해 11월 아이들랩을 설립했다. 아이고고의 수업은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놀면서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수업은 ▲이야기로 놀며 공감능력 쌓기 ▲MC놀이로 배우는 연기와 스피치 ▲영어로 배우는 요리와 베이킹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경험하는 방식이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의 교사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일할 기회를 잡기 어려운 예체능 강사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아이고고가 창출하는 가장 큰 사회적 가치로 꼽았다. 그는 "아이들의 다양한 교육을 원하는 부모가 많은데 이는 예체능 강사들에게 일할 기회가 된다"며 "강사들에게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제공하면 교육의 질은 자연히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수강하며 사회적 가치에 대해 더욱 깊게 고민하게 된 것과 유사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 점을 가장 큰 수확으로 꼽았다. 박 대표는 "기업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되는데 사회적기업은 포괄적 사회 문제라고 인식한 점을 해결하자고 출발하는 게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사회적기업가 MBA는 SK와 카이스트가 함께 만든 석사 과정이다. 석사 과정 수강생들은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카이스트 경영대학에 마련된 SK 사회적기업가 센터에 입주해 사무공간을 지원받는다. 사회적 가치는 최태원 SK 회장이 강조하는 경영철학이다. 최 회장은 이달 4일 카이스트 경영대학 사회적기업가 센터에서 열린 사회적기업가 MBA 5기 졸업예정자들과 만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출시 석 달 만에 230개 수업 갖춰…메가스터디로부터 투자 유치
올해 9월 출시된 아이고고는 3개월만에 230여개의 수업을 갖췄다. 아이들랩이 튜터라고 부르는 강사는 100명을 넘어섰다. 올해 거래액은 1억원을 돌파했다. 예체능 강사와 교육을 필요로 하는 부모들이 아이고고를 찾으며 출강 문의도 이어졌다. 1대1이나 1대2 정도의 교육을 주로 하던 아이고고 강사들은 공공기관의 요구에 출강을 나가 예체능 교육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이고고가 주목받으며 아이들랩은 지난 11월 교육전문기업 메가스터디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박 대표가 내년 2월 MBA 졸업을 앞두고 있어 아이들랩도 메가스터디 사옥으로 이사를 갈 예정이다. 내년 1월에는 MBA 7기 수강생들이 새롭게 사회적기업가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박 대표는 "더 많은 교육 콘텐츠를 갖춰 교육계의 넷플릭스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수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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