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되는 게임이요? 다 양산형 모바일 게임인데 거기서 거기죠. e스포츠 대회랑 스트리머들 보러 왔어요."
지난 18일 나흘간 축제로 막을 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8'에서 만난 방문객들은 대개 이런 반응이었다. 넥슨, 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모바일 신작을 들고 부산 벡스코 지스타 현장을 찾았지만 정작 관심이 쏠린 곳은 모바일 게임이 아닌 현장에서 열린 게임 대회였다.
이번 지스타에서는 '대세' 플랫폼으로 떠오른 모바일 게임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넥슨이 준비한 14종의 게임 가운데 10종이 모바일 게임이었고 넷마블 부스는 4종의 모바일 게임으로만 채워졌다. 이외 국내외 주요 게임사들의 모바일 게임이 지스타 전시관을 가득 채웠다. 지난해 열풍을 불고 온 가상현실(VR)은 제쳐두더라도 PC·콘솔 플랫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넥슨이 4종의 PC 게임을 선보였고 해외 게임사인 에픽게임즈가 '포트나이트' PC·콘솔을 내놓았을 뿐이었다. 국내 게임 이용자들이 모바일·PC·콘솔 등 다양한 게임이 출품돼 즐길 수 있는 해외 게임전시회와 비교하며 비난하는 이유다.
게임업계도 할 말은 있다. 이미 모바일로 시장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에서 선뜻 PC·콘솔 제작에 공격적으로 나서기 힘들다는 반론이다. '2017 대한민국 게임백서' 국내 게임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모바일 게임은 42%로 1위를 차지했다. 온라인게임과 PC 게임은 모두 하락세를 보였고 비디오·아케이드 게임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 대에 머물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게임사들도 기존 유명 PC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모바일로 구현하는 데 몰두하는 중이다.
한가지 다행인 점을 꼽자면 이용자와 업계 사이에서 PC, 콘솔 게임에 대한 관심이 올라갔다는 점이다. 이달 초 스마일게이트가 출시한 PC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로스트아크'는 PC방 점유율 3위에 오르는 등 PC RPG 갈증을 해소했다는 평을 받았다. 넷마블과 펄어비스는 각각 콘솔 버전의 신작을 준비 중이다. 이들 게임이 내년 지스타에 출품되면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에 조금이나마 다채로움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지스타가 내년이면 15돌을 맞는다. 방문객, 유료 바이어, 전시 부스 등 주요 기록에서 '최다'를 달성한 지스타는 이제 양적 성장을 넘어 출품작 구성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2000년대 PC 온라인 중심, 2010년대 모바일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PC·모바일·콘솔 등 3박자를 갖춘 게임 축제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게임업계가 먼저 플랫폼 확장에 힘을 쏟을 일이다.
김동현 중기벤처부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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