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신약 개발을 위해 시장에 뛰어든 바이오벤처에 재정 부담은 풀어야할 숙제다. 최소 500억원의 자금과 10년의 개발 기간이 필요한 목표 달성까지 마땅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수많은 바이오기업들이 상장을 목표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약을 시장에 내놓기도 전에 3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이있다. 지난 2008년 설립된 '와이디생명과학'이다. 금융맨 출신으로서 누구보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중요하게 여긴 이진우 대표이사가 사업 초기부터 진단 사업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신약개발에 투입하는 이른바 '양손잡이 경영' 노선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뉴스토마토>는 이진우 대표이사를 통해 와이디생명과학의 독특한 사업구조와 신약개발 분야 향후 목표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은행원 출신 바이오벤처 대표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와이디생명과학 설립 배경은.
20대 후반에 주택은행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보람은행에서 수신고 판매왕, 업계 최초 PB 선정 등 성공적 금융맨 생활을 이어가던 중 IMF 외환위기 이후 은행의 통폐합 과정을 지켜보며 고민이 커졌다. 은행이라는 안정적 직장도 급격한 변화의 회오리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스스로 사업체를 일궈야겠다는 생각이 든 계기다. 2004년 전 재산을 털어 암 진단 시약 및 진단 장비를 유통하는 영동메디칼을 인수해 4년 만에 매출은 2배, 영업이익은 3배 이상 끌어올렸다. 전국의 병원을 발로 뛰어다니며 영업한 결과다. 영동메디칼의 제반 경영 성과가 안정 궤도에 들어선 뒤 2007년 해당 수익 활용법을 고민하다 현재의 회사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신약개발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금융맨 출신답게 재무 건전성을 중요히 여긴 이진우 와이디생명과학 대표 이사는 위험 부담이 큰 신약 개발의 안정적 자금 조달을 위해 진단사업을 통한 안정적 매출 창출과 이로 발생한 이득을 신약 개발에 투입하는 '양손잡이 경영'전략을 선택했다. 사진/정기종 기자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진단 사업과 미래 성장 동력인 신약 개발 사업을 동시에 진행 중인 '양손잡이 경영' 방식이 특징이다. 이 같은 사업 모델의 배경은.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의 경우 신약 개발 과정 자체에도 자금적 부담이 심할 뿐만 아니라, 실패 시 기업가치가 급락할 위험성이 크다. 때문에 신약 개발과 수익사업(진단사업)을 병행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사업과 미래 성장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긴 위한 방향성이다. 안정적인 매출을 통해 신기술 창출을 위한 투자 선순환이 가능하다. 지난 2016년 국내 1위 진단의학 유통기업인 삼일약품교역을 인수해 지난해 진단사업으로 321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이 좋은 예다. 궁극적인 목표는 신약개발이지만 불확실성이 큰 신약개발에 비해 진단사업은 유통 구조적으로 답이 나와 있다. 향후 추가 사업체 인수를 통해 내년 매출을 500억 규모로 확대, 보다 안정적인 신약개발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무래도 은행원 출신이다 보니 다른 경영자들에 비해 자금 관련된 사안들에 대해 트인 편이라고 생각한다. 시작단계부터 조금 천천히 진행되더라도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해 완벽하게 사업을 진행해 나가야겠다고 판단했다. 대부분의 바이오벤처들이 개발 중인 신약의 성과가 도출되기 전까지 자금난에 시달리는데 와이디생명과학의 경우 금융부채가 전혀 없고, 현금성 자산도 비교적 넉넉히 보유 중이다. 초창기 부채를 안고 사업을 급속도로 진행시키는 타 바이오벤처들에 비해 다소 천천히 진행된 감은 있지만 양손잡이 경영을 통해 얻어낸 결과들이다.
-사업 구조자체는 차별성이 확고하다. 미래성장동력으로 삼는 신약개발 부문에서의 특징과 전략을 꼽자면.
신약개발의 경우 기존 업체에 비해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을 갖춘 연구소 설립을 위해 올바른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신약개발 분야는 금융업계 출신인 나에게 비전문 분야다. 결론은 연구개발 라이센싱 기업으로의 포지셔닝이었다. 기초연구 단계의 우수한 효능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기술을 도입한 뒤,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연구개발 과정을 수행해 국내외 메이저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하겠다는 게 와이디생명과학 신약개발 사업의 확고한 전략이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인 화이자 역시 매출의 절반 이상이 기술이전 받은 연구 성과물에서 도출된다. 국내의 경우 최근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과 유사한 전략이지만, 와이디생명과학은 그 이전부터 이미 관련 전략을 펼쳐왔다. 국공립대학 등 국가 연구기관의 기초연구 성과를 더욱 발전시켜 임상 실험을 진행해 성과를 도출하는 기술개발 사업 모델이 와이디생명과학의 지향점이다. 지난달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부터 항암 유전자치료제 기술 도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와이디생명과학은 기초연구 단계의 우수한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 도입해 연구개발을 진행한 뒤 기술이전하는 연구개발 라이센싱을 추구 중이다. 이 대표가 지난 10월 한국 생명공학연구원으로부터 항암 유전자치료제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와이디생명과학
-이를 통해 진행 중인 와이디생명과학의 신약 개발 성과는 어디까지 왔나.
올해 4월과 8월 미국 FDA 임상 2a상 계획을 승인받은 당뇨병성황반부종(DME) 치료제와 당뇨병성망막병증(DR)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국내와 미국 동시에 임상이 진행된다.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성분인 이매티닙의 적응증을 변경하는 신약 재창출이다. 흔히 알고 있는 비아그라(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발기부전 효능이 입증된 경우)의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두 치료제 모두 내년 2상 결과 도출될 것으로 본다. 혁신신약(퍼스트인클래스) 지위를 노리며 내년 임상 계획 신청을 계획 중인 신경병증 통증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 치매치료제 등의 파이프라인도 보유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모두 실패한 치매치료제 개발에 욕심이 있다. 구체화하기엔 어려운 단계지만 이미 기초 연구는 진행 중이며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 내에는 일정 부분 가시화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약 개발기업으로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원활한 임상을 위해 자체적인 임상 기관 설립도 준비해 왔으며 가시화 단계에 이르렀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시장이 중심이 되는 만큼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을 현지에 설립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서다. 외부 기관에 맡기게 되면 해당 기관 사정에 의해 임상이 지연될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크다. 자체 CRO의 경우 우리가 원하는 속도에 맞춰 이상적인 임상 단계를 밟아나갈 수 있다. 이미 현지 조사와 기반을 다져둔 만큼 내년 상반기 정도에는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자체적으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는 만큼 제반 인프라의 시너지를 활용해 오는 2020년 10개 이상의 블록버스터급 파이프라인을 보유하는 것이 목표다.
-와이디생명과학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사업 모델이 있다면.
관련 사업부가 수직계열화 된 글로벌 신약개발 기업이다. 진단사업 확대를 통해 안정적 매출을 확보한 것을 비롯해 자체 CRO 설립, 인공지능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 등도 모두 이를 위함이다. 이를 위해 중장기 로드맵 속에 차근차근 사업을 진행해 왔고 서서히 가시화 되고 있는 단계라고 자신한다. 연관 성과들 도출로 오는 2025년 연 매출 1조원의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 수많은 바이오벤처들이 존재하지만 양손잡이 경영의 완성을 통해 바이오벤처 성장 사례로는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운 회사를 만들겠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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