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심신미약' 재판부가 엄격히 판단해야
2018-10-25 06:00:00 2018-10-25 14:54:15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를 심신미약으로 감형돼서는 안 된다'는 청원에 대한 동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만들어진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이다. 김성수는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 신모씨를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30차례 이상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10여 년째 우울증 약을 복용해 왔으며, 가족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그가 우울증약을 복용한 적이 있다는 진단서를 발부받아 냈다. 서울 양천경찰서에 입감됐던 김성수는 충남 공주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송돼 최대 한 달 동안 정신 감정을 받는다.  
 
우리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하고, 심신장애로 인해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형법의 대원칙인 '책임주의'는 ‘책임능력’을 처벌의 전제로 삼아 책임 없는 자의 범죄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 2008년 경기도 안산시에서 10세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신체를 훼손해 중상해를 입혔던 조두순은 이 조항에 따라 주취감형으로 심신미약을 인정받았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2016년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 피의자 역시 조현병을 인정받아 감경됐다.  
 
음주나 정신질환을 이유로 흉악범죄에 대한 형 감경에 대한 국민적 피로도가 높고, 심신미약을 호소하며 감형을 받으려는 피의자의 행동이 국민적 분노를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형법의 '책임주의' 원칙을 고려해서라도 심신미약에 대한 감형 폐지는 신중히 이뤄져야 하지만, 오래된 형법과 국민의 법감정과 사회상을 반영해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조두순 사건으로 발생한 주취감면 문제 등이 대두되면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법상 감면을 배제할 수 있는 특례조항이 생겼다. 우울증만으로 심신미약이 인정된 사례는 극히 드물지만, 심신미약 여부를 엄격히 판단해 사회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흉악범들이 심신미약 감형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을 막기 위해선 판단 절차를 엄격하게 재검토하고, 기준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조두순은 2020년에 출소하고, 국민들은 '우울증', '조현병 환자'들의 흉악범죄 소식을 빈번하게 듣는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의 시민 보호 기능에 대해 재고하고 심신 미약자에 대한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홍연 사회부 기자(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