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분기 호실적으로 연간 최대 영업이익 달성에 청신호를 켰다. 다만 이 같은 추세가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실적을 견인했던 반도체(삼성전자)와 가전·TV(LG전자) 분야의 성장 모멘텀이 점차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과도한 쏠림현상이 낳은 그림자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60조원을 거뜬히 뛰어넘을 전망이다.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의 53조6450억원을 넘어 또 한 번의 신기록 작성이 가능할 것이란 추측이다.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누적 영업이익은 48조100억원. 남은 3개월 간 12조원 이상의 수익을 낸다면 처음으로 60조원대 고지에 오를 수 있다. 현재 시장에서 추정하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16조원 중후반대다.
LG전자도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지난해 2조4700억원을 크게 앞선 3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마찬가지로 1년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다. LG전자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조62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역대 최대 연간 실적을 갈아치울 것이란 전망 뒤에는 반도체와 TV·가전이라는 '믿을맨'들이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부터 지속된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신기록 행진을 거듭했다. 지난 3분기에도 17조5000억원이란 경이적 기록을 세웠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나타났음에도 출하량 증가로 이익 증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 등에서는 전체 영업이익의 약 78%인 13조5000억원 가량이 반도체 부문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가전과 TV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7450억원으로 전분기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5% 급증했다. 가전 비수기임에도 한여름 폭염으로 에어컨 등의 판매가 양호했고, TV 역시 패널가격 상승과 신흥국 매출 감소에도 높은 수익성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14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바일의 부진이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장미빛 전망에 취해 있을 수 만은 없다. 실적 효자들이 부진할 경우 전체 사업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4분기부터도 이 같은 문제들이 나타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견됨에 따라 분기 영업이익도 지난 3분기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수요처 다변화로 과거처럼 급격한 가격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여 이익 감소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 우려를 조금 덜어낼 뿐이다. LG전자의 경우 연말 쇼핑시즌을 맞은 TV가 물량 측면에서는 양호한 성적을 내겠지만 환율 변동성과 패널 가격 인상 등으로 수익성은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생활가전은 전통적 비수기 여파에 전분기의 4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미래 먹거리를 명확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종합전자회사 보다는) 부품사의 이미지가 강해졌고, LG전자는 가전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며 "인공지능, 전장 등의 영역에서 성과가 아직 미미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을 필두로 포스트 반도체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전세계 주요 지역에 AI 연구거점을 세우는 동시에 이 부회장이 해외를 돌며 파트너사 미팅을 비롯한 사업 현안들을 직접 챙기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인수를 완료한 오스트리아 전장 회사 ZWK와의 시너지를 조기에 낼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고 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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