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이 생수시장 재편의 주인공이 되려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위탁판매 계약을 통해 제주삼다수 비소매용 판권을 확보한데 이어 최근엔 울릉도와 손 잡고 새로운 생수 브랜드 개발에 착수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생건의 자회사 해태htb와 울릉군은 울릉도 나라분지의 용천수를 활용한 생수 개발을 위해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이 생수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생수시장에서 용천수를 활용한 먹는 물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울릉 추산 용천수는 국내 생수 대부분이 암반에서 추출하는 것과는 달리 자연 용천수를 그대로 생수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국내에서는 울릉군이 처음 개발허가를 받았고, 울릉군은 지난해 8월 공동개발사업을 위한 민간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LG생건을 최종 선정했다.
최근엔 생수 생산을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달 LG생건은 46억원을 투입해 울릉군 현포면에 1만9290㎡의 공장 부지를 확보했다.
환경부도 울릉도 추산의 먹는 물 생수개발을 위해 현재 수질 안전성, 취수, 수자원보호 등 세부시설기준 마련에 들어갔으며, 울릉군은 관련 조례개정과 이에 따른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울릉군과 LG생건은 자본금 600억원 규모의 SPC(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는 데 뜻을 모았다. 울릉군은 용천수개발권과 울릉군 소유 부지를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11% 정도의 지분을 출자했고, LG생건은 남은 530여억원을 투자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합작법인 내에서 울릉군은 샘물개발허가권, 공장부지 및 기반시설 제공, 각종 인허가 지원 등을 맡고, LG생건은 자본조달, 사업계획 수립 및 시행, 먹는 물 개발에서 제조·판매 등 사업 전반을 맡게 된다.
LG생건은 울릉도에서 개발될 생수를 '제주 삼다수'에 버금가는 국민생수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LG생건 관계자는 "지난해 MOU체결 후 생수 생산을 위한 준비작업에 한창이다"며 "아직 본격적인 생산단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용천수로서는 국내 최초 개발이라는 이점과 우수한 수질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LG생건은 최근들어 생수 브랜드를 대거 확대하며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자회사 코카콜라는 휘오 순수, 휘오 제주, 휘오 다이아몬드, 씨그램워터를, 해태htb에서는 평창수, 빼어날 수 등 5개가 넘는 생수 브랜드를 이미 판매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LG생건이 기존 브랜드와 더불어 취수원을 다양화 해 생수사업에 시너지를 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한 제주삼다수의 경우 비소매용 판권인데다 4년 후 계약이 종료되는만큼 새로운 '국민 브랜드' 육성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500억원 이상의 적잖은 투자금이 투입된만큼 제주개발공사(삼다수), 롯데칠성음료(아이시스), 농심(백산수)가 형성하고 있는 1강 2중 구도를 깨고 시장 재편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LG생건 관계자는 "앞으로 공장을 설립해 제품을 실제로 생산하기까지 적어도 1년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울릉도 청정수라는 점을 내세워 제품을 차별화하고 기존 먹는샘물 브랜드와 더불어 제품군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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