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종량세가 무산됨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맛과 특색으로 인기를 끌던 수제맥주시장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수제맥주시장은 최근들어 지역특색맥주 등으로 인기를 얻으며 주류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한국수제맥주협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수제맥주시장은 16년 2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400억원 규모로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종량세 개편 논의가 무산되며 성장의 기로에 서게 됐다.
30일 발표된 '2018 세법개정안'에는 맥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의 개편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국내 맥주업계는 강하게 반발해다. 특히 한국수제맥주협회에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맥주 종량세 개편을 강하게 주장했다. 협회는 "종량세 도입 무산은 더이상 성장하기 못하게 발을 꽁꽁 묶어 기형적으로 만드는 중국의 악습 '전족'을 떠올리게 한다"며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는 환경에서 한 축이 무너지면 국내 맥주산업 자체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든 국내 맥주업계를 포함해 수제맥주 업계가 강하게 종량세 개편을 주장하는 이유는 현 종가세가 수입맥주와의 경쟁을 불공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종가세는 최종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제도로 수입맥주는 신고가에 세금이 붙지만 국내맥주는 원가에 이윤, 판매관리비 등을 포함해 가격이 책정된다. 따라서 수입맥주의 가격대는 국내 맥주보다 낮아질 수 밖에 없어 업계 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현 종가세가 유지될 경우 수제맥주업계는 투자, 인건비 등에 모두 세금이 붙을 수 밖에 없는 구조로 가게 된다.
종량세 개편이 무산된데는 수입맥주 '4캔 1만원'이 없어진다, 국내 주류대기업 배불리기라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 주효했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주세개편이 돼도 4캔 1만원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종가세 유지시 대기업보다는 영세업자, 소상공인으로 구성된 수제맥주 업계가 더 크게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국내 대기업들은 수입맥주를 수입하고 있고 발포주 출시, 해외공장 이전 등 다양한 방법을 꾀할 수 있으나 수제맥주 업계는 당장 투자에 제동이 걸려 성장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과거에도 한차례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2년 주세법 개정으로 '하우스맥주'로 시작한 수제맥주 업체수가 2005년 112개에 달했다. 그러나 주세개편이 늦어졌고 결국 성장이 멈춰 업체수가 반토막난 악몽이 되풀이 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종량세로 개정돼야 업체들이 클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된다"며 "수제맥주시장은 중소기업도 아닌 영세업자, 소상공인이 많아 개편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은 결국 대기업들만 조주하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다음주중 임시총회를 개최해 추후계획 및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맥주 종량세 개편이 무산되며 한국수제맥주의 성장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사진/미디컴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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