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높아진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는 등 탁월한 이익 창출력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려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며 지나친 저평가 구간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주가는 8만5900원으로 이달 들어 0.23% 상승했다. 지난 5월 말 장 중 9만7700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던 SK하이닉스의 주가는 6월에 8만원대 중반으로 내려왔고 이후 계속 제자리를 맴도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가 내놓은 성적표와 비교하면 초라한 주가 흐름이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5조57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7% 증가했다. 최근 상향된 시장 예상치 5조3258억원보다 5% 가까이 많은 수치인 동시에 역대 최대치다. 시장의 눈높이는 석 달 전 4조7000억원에서 1개월 전 5조1800억원 등으로 계속해서 높아졌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보다 레벨업 된 이익 체력은 무시하고 우려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라며 "디램 고점 논란이 있고 낸드 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우려도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낸드의 이익 기여도가 8% 수준에 불과하고 디램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과거 1~2년간 지속됐던 것처럼 장기화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개발에 성공한 SK하이닉스 연구원들이 SSD와 컨트롤러 등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원식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익 증가세는 끝나지 않았다"며 "3분기 영업이익은 6조2000억원으로 다시 한번 분기 최대 실적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주와 중화권 IDC 업체들로부터 서버용 제품 수요가 계속되고 하반기 세트업체의 신규 스마트폰 출시 및 성수기 효과에 따른 모바일 제품 수요 확대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실적을 봤을 때 현재 주가는 저평가됐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피크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서버 수요의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타이트한 디램 상황이 풀릴 국면이 아니"라며 "SK하이닉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싼 IT 종목"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말까지 예정된 1조8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주가 오름세 전망의 근거로 꼽힌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취득은 낸드와 디램에 대한 탄탄한 업황 전망으로 볼 수 있고 신규 설비투자에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SK하이닉스 경영진의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며 "주주가치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장에서 부각된 메모리 공급 과잉 우려로 위축된 투자심리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
다만 주가 상승세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보다 업황 모멘텀이 주가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며 "디램 가격 상승 모멘텀이 약화하고 있고 설비투자 확대로 공급증가율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중립은 주가가 현 수준에서 방향성 없이 등락을 반복할 것이란 의미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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